매일신문

'취업 트렌드 따라잡기' 취업준비생 헉헉

"이번엔 또 뭘 준비해야 하나?"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앞두고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깊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려 각종 스펙을 쌓기에도 힘겨운데,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들이 취업 필수 조건으로 '인문학' 소양까지 요구하는 등 급변하는 취업 트렌드를 따라가기 버거워 혀를 내두르고 있다.

삼성은 올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상식 영역에 인문학적 지식과,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은행은 입사 지원서에 지원자가 읽은 인문학 도서를 기재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심층면접과 조별 토론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모집공고에 넣었다.

실제로 이달 13일 실시된 SSAT를 치른 수험생 대부분은 바뀐 출제 유형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업준비생 문지은(27) 씨는 "취준생들은 기업이 내건 인재상이 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전형이 수시로 바뀌는데다 최근에는 인'적성 시험과 면접에서 인문학 소양을 평가하겠다는 기업들이 생겨 한숨만 내쉬고 있다"며 "너무 방대한 분야라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한 대학교의 도서관을 둘러보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부쩍 눈에 띄었다. 교재를 구해 내용을 외우고, 더러는 온라인 역사 강의에 몰두하고 있었다. 취준생들은 대학 커리큘럼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기업의 취업 전형 때문에 이중고를 겪는다고 하소연했다.

대학생 박상미(23) 씨는 "학점만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 영어에다 봉사실적을 쌓아야 하고, 남들과 차별화하고 특기도 갈고닦아야 한다. 그럼에도 기업의 요구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채용 절차도 합숙면접, 게임면접, 세일즈면접, 오디션면접 등 천차만별이어서 이를 준비하기가 버겁다"고 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뽑고자 전형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이해하나, 실제 직무에서는 쓰지 않는 것들까지 요구하는 것은 각자의 개성마저 통일시키려는 기업의 이기적인 행태라는 불만도 많다.

대구은행의 인사담당자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다각도로 지원자들을 평가해 지원자의 인성적인 측면을 더 잘 파악하고자 하는 게 요즘 기업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채용 방식에 점점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다양한 채용방식이 기업들 사이에 일종의 유행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정모(30) 씨는 "대학 전형보다 자주 바뀌는 기업 채용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준비단계서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갖은 노력으로 입사해보니 채용 때 내건 조건이 실무에서는 전혀 쓰이질 않아 엄청난 사회적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