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하(大夏)라고 부르는 나라 박트리아는 기원전 2~3세기에 존재하던 그리스계 왕국이다. 간다라 미술 등을 남긴 것으로 간주되는 박트리아(현재 아프가니스탄 일대)의 왕 메난드로스는 인간의 본성, 업과 불평등, 극락과 지옥 등에 대해서 묻고 토론하기를 즐겼다. 어느 날 탁발승 현자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모르고 저지르는 것도 죄가 됩니까." 나가세나는 답했다.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큽니다." 의외의 답변에 놀란 왕에게 나가세나는 답했다."뜨거운 쇳덩이가 있다고 합시다. 어떻습니까. 알고 잡을 때와 모르고 잡을 때 어느 것이 더 많이 데겠습니까?"
모르고 저지르는 죄가 결코 알고 저지르는 죄보다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인도의 현자 크리슈나무르티도 같은 생각이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지탄받아 마땅한 사회적 악은 '내 탓'즉 나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촉구한다. 개인이 사회와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104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198명의 실종자들이 맹골수도 앞바다를 떠다니고 있을 진도 여객선 침몰 대참사 이전에 우리 사회는 이미 다방면에 걸친 경고음을 듣고도 귓전으로 흘렸다. 눈 무게를 못 이겨 체육관이 무너져내릴 만큼 부실하게 지어져도 누구 하나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고, 코레일과 지하철이 수시로 서도 그냥 탄다. 원전 비리는 도를 넘었으며, 국내 최고 글로벌 기업조차 유독성 물질을 뿜어내는 사고를 툭하면 일으킨다. 어떤 간 큰 광역자치단체장은 국무총리의 가짜 도장으로 세계 대회 유치에 나서기까지 했다. 세월호 대참사는 바로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한 비리와 부패의 결과물이다.
그동안 급속한 성장,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부정과 탈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배 맨 밑 기관실의 기관사들이 탈출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모든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었을 해난 사고를 수백 명 희생시키는 대참사로 키우는 위험 국가, 대한민국의 탁류는 이제 정화되어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인간적 의미를 존중하는 혁신,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제도만으로 되지 않는다. 몰라서 죄를 짓지 않도록 우리 모두 변해야 한다. 몸을 낮춰 편법 쓰지 않고 묵묵히 제 일을 해나가는 수졸(守拙)의 정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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