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버 운전자 교통사고, 대구 작년 1753건 발생

위험반응·인지 속도 늦어, 면허증 갱신 요건 강화를

지난 1월 1일 오후 6시 50분쯤 A(76) 씨는 대구 수성네거리에서 신천시장네거리 방향으로 승용차를 몰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10여m 정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횡단보도 앞에서 60대 여성이 무단횡단하는 모습이 보였다. A씨는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지만, 여성이 치여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고령인 탓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빨리 인지하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늦게 밟은 것 같다"고 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크게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운전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의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건수는 ▷2011년 1천554건 ▷2012년 1천604건 ▷2013년 1천753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2011년 61명에서 2012, 2013년 각각 64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가운데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 비율이 지난해 기준 40.8%에 이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2010년 4.9%에서 2012년 5.9%로 증가했다. 더욱이 택시'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을 운전해 생계를 책임지는 노인이 많은 점도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선진국들은 고령 운전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일본은 70세 넘는 운전자의 면허증 갱신 때 인지 지능검사 등을 실시하며,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말소돼 2년마다 갱신시험을 치러야 한다. 미국 또한 고령자에 한해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도로주행시험이나 시력검사를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검사가 없다. 더욱이 운전면허 갱신 때 하는 시력이나 청력검사 등도 허술해 운전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경로당'노인복지관 등을 찾아가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8월부터 고령 운전자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 모두 인력이나 예산 부족으로 교육 인원이 제한적이다.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이선주 상담교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검사를 강화하고 고령 운전자들을 도울 수 있는 보조기구 개발 등 보완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양보 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40년째 운전을 하고 있는 김모(73) 씨는 "젊을 때와 달리 아무래도 반응이나 인지 속도가 늦어 항상 조심하면서 천천히 가는데 조금만 늦으면 다른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하면서 위협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에 고령 운전자가 계속 늘어나는 일본처럼 실버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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