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경 씨…너무 화도 나고 속이 상해서 하소연합니다. 국민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것부터 구석구석 찾아서 해결해 놓으면 좋겠습니다. 법령이라도 제대로 되어 있으면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 많습니다. 애들에게는 생각하고 응용하면서 문제 풀라고 해놓고선 우리 어른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조금의 의심이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고 묵인하고 넘어갑니다.(중략)
정말 선진국인양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것을 무시한 채 말입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화도 나고 애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눈물이 나서… 울어도 소용이 없지만요.
# 선배! 난 고2 때 하굣길 떡볶이가 제일 좋은 18세였는데. 날이 조금 춥네 싶어서 전기장판을 켜려다가 저기 애들은 11도 바닷물에 빠져 있는데 내가 뭐라고 따뜻한 방안에서 발 뻗고 자나 싶어요. 한 명이라도 살아왔으면 좋겠어요.
진도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난 그 다음 날, 저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을 받았습니다. 뉴스 속보를 전하는 제게 지인들은 말이라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좀처럼 연락을 하지 않으셨던 분들이었습니다. 북한에서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정치인들이 나라를 바꾸겠다고 할 때도 한 마디 없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신문을 보다가 자꾸 눈물이 나서 먼 산을 보기가 일쑤입니다. 한 살 많은 오빠는 5살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 입혀 주고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갔습니다. 쓰러진 자판기에 끼여 혼자 울고 있던 권지연 양을 17살 오빠는 구해 주었습니다. 오빠라고 의젓하게 구명조끼를 벗어 줬을 장면을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멍할 뿐이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기만 했습니다.
부모들은 자는 자식의 얼굴을 한 번씩 더 쳐다봅니다. 미안해서입니다. 부끄러워서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소리조차 낼 수 없습니다. 생방송을 진행하면서도 자꾸 눈물이 나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기가 막혔습니다. 어제 방송 중에 선원들이 '구조에 애썼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람도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멀쩡한 구명정 옆으로 옷도 하나 안 젖은 채 뛰어내리는 사람이 설마 선원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배는 복원력이 없었다는 선원의 말을 듣는 순간 생방송 중인데 화가 나서 그 소식을 전해 주는 기자에게 '뭐라고요?'하면서 화를 낼 뻔했습니다. 복원력도 없는 배에 사람과 차를 싣고 출발했다는 말입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 우리가 원망하고 있는 그 사람들, 다 부모들이겠지요? 다 아버지들이겠지요?
복원력이 없다는 배로 장사해서 돈을 벌려는 소유주도 자식들에게 재산과 회사는 다 물려주었더군요.
그런 배 점검을 살펴보지도 않고 10분 만에 무사통과 시켜준 분도 아이들 등록금 벌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뽀송뽀송하게 탈출한 선원들도 집에 가면 아이들 웃음 한 방에 피로를 날리지 않을까요?
현장을 찾아가서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에 젖어 있는데 기념사진을 찍으려던 분도 집에서만큼은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으시겠지요?
그러나 그분들은 부모라는 명찰을 달고는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수 없는 일을 했습니다.
# 저희 아빠는 청소를 하십니다. 하루는 청소하고 있는 아빠에게 어떤 여자가 자기 아이에게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했다고 하시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확 일그러져 험한 말을 하려는 순간 아빠는 '너는 그 엄마처럼 되지 말아라'고 하셨습니다.
방송하는 딸에게 혹시나 영향이 갈까 세금도 제일 먼저 내고 눈이 와도 아파트로 제일 먼저 나가 눈을 치우는 아빠십니다. 저는 그런 아빠 때문에 일을 대충할 수가 없습니다. 자랑스럽고 사랑하는 제 아빠에게 누가 될까 봐서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이 일의 해결책. 바로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언경/채널A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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