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걱정에 자기 몸 돌볼 여력이 없는 부모님들을 보니 마음이 아파요."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7일째인 22일, 기다림과 슬픔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치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따뜻한 손 편지나 말로, 진료와 약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고 있다.
22일 오전 10시쯤 전라남도 진도군 진도체육관. 입구 유리문에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 하는 손 편지가 붙었다. 처진 어깨로 걸어가던 가족들은 한참 동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희망이란 희망을 믿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20살 여자), "제발 조금만 버텨주세요. 꼭 가족 품으로 기적처럼 돌아올 겁니다"(매일 소식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20살 여대생), "단원고의 숙제가 (살아서) 빨리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숙제는 꼭 해야 해요. 안 하면 혼나요"(인천하늘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등등 실종자들의 무사귀환과 가족의 슬픔을 달래는 애잔한 글이 쓰여 있었다.
종교계도 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20일 미사를 열 수 있게 팽목항(오후 4시)과 체육관 인근(오후 8시)에 천막성당을 마련하고 매일 미사를 모시고 있다. 미사 때마다 30~50명의 실종자 가족이 찾아 사고 후 겪어온 고통을 잠시나마 위로받는다. 이날 천막성당을 찾은 단원고 2학년 2반 학생의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꼭 감고 두 손에 잡은 묵주를 어루만지며 기도를 올렸다.
의료인봉사단은 가족들이 몸을 추스를 수 있게 돕고 있다. 팽목항과 체육관에는 잃어버린 자녀 소식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이 탈진과 탈수, 실신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링거를 맞으며 누워있는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현장 응급의료진에 따르면 피해 가족 대부분은 음식을 잘 먹지 못해 탈수 증상을 보이고 있다.
김희중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못 먹고, 못 자서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을 해치는 분들이 많다. 상황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보니 자기 몸을 챙기지 않는 사림들이 많아 안쓰럽다"고 했다.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 20여 명은 진도 곳곳에서 봉사약국을 차렸다. 봉사약국에서 두통약과 소화제, 청심환 등이 많이 나간다. 실종자 가족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과 소화불량 등을 앓기 때문이다. 또 시신 인양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탓에 청심환을 찾는 경우도 잦다.
김순례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져 다른 질환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며 "약사회에서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의약품을 지급하고 봉사할 것이다"고 했다.
진도에서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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