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달리기 예찬

요즘은 미세먼지농도라는 것이 일기예보에 추가되어 매일 그 정도를 알려주고 있을 지경으로 대기오염이 큰 걱정거리로 등장하였다. 미세먼지는 허파의 깊은 곳에까지 침투하는 미세한 유해물질로 허파꽈리에 손상을 일으켜 만성 폐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길거리 달리기를 포기하고 아침 수영을 하게 되었지만, 달리기의 짜릿한 쾌감이 그리워 가끔 헬스장 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같은 달리기를 하게 된다.

실제로 달리기의 쾌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마라톤에서는 백여리나 되는 장거리를 달려 몸 안의 에너지가 남김없이 고갈되는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 처절한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마주한 다음에서야 비로소 통쾌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장거리 달리기 이후에 경험하는 며칠 동안의 근육통, 관절통 그리고 나른한 피로는 오히려 달콤한 쾌감이며, 진정한 휴식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큰 즐거움이다.

장거리 달리기 이후에 찾아오는 성취감과 새콤한 관절통의 쾌감을 맛보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만만치 않다. 꾸준히 체력강화훈련과 연습을 해야 하며, 결전의 날이 다가오면 식이요법으로 근육 내에 에너지를 축적하여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탐닉하는 작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포기하기를 강요한다. 목표한 성과를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해 질 녘에 친구랑 마시는 오붓한 소주 한 잔일 수도 있고, 가족들과의 행복한 저녁 시간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은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널브러진 달콤한 휴식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한 시간의 새벽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기 입문 후에 얻게 되는 특혜도 적지 않은 것이어서, 비만 걱정에서 벗어나게 될 뿐 아니라 심폐기능이 향상되며, 노화의 원인인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효소의 생성을 촉진하여 노화를 억제하기도 한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에는 '행복한 도취감'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생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엔돌핀과 같은 물질이 그러한 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로 인해 중독성 달리기로 이어져 지나친 달리기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매년 10여 회의 완주를 자랑하는 어떤 이는 과도한 달리기로 무릎 연골이 닳고 손상되어 퇴행성관절염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단다. 아무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운동이나 몸에 좋은 보약도 스스로 절제하지 못한다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내 다리가 굳어지기 전에 미세먼지가 사라진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길거리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때가 돌아올 수 있을까….

정재호 오블리제성형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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