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지도자가 지녀야 할 핵심 능력 중의 하나가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복합 다원화된 사회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지도자들은 이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엔이 1996년에 창립한 워싱턴 소재 'UN 밀레니엄 프로젝트'이다. 2천500여 명의 학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미래 연구 싱크탱크이다. 최근에 '15대 도전과제 및 미래 사회 동인(動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주기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시적 흐름인 미래 메가트렌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오고 있다. 미국 정보위원회(NIC)의 미래 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25', 일본 정부의 '이노베이션 2025', 영국 국방성 산하 발전 구상 독트린센터의 '전략적 글로벌 트렌드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들을 정리, 요약해 보면 미래의 거시적 변화를 크게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예견하고 있다. 환경과 자원문제의 심화, 지식기반사회로의 진전 및 글로벌화, 인구 구조 변화, 기술의 융합 가속화, 안전과 안보, 지속가능한 성장 등이다. 세계 보고서들이 제시하는 이 트렌드가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의미를 지닐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중에서 오늘 우리가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재난에 대응하는 사회의 안전'에 관한 노력이다. 재해, 재난의 문제는 이제 세계 모두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안전은 모든 일의 전제조건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비롯하여 대규모 자연재해 및 인재가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도 대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재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하고 싶다. 지난 2012년 6월 우리나라는 세계 200여 나라 중에서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한 나라가 되었다. 인구가 5천만 명이 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안전에 대한 의식과 진정성, 대응하는 자세는 너무나 취약하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한 압축 성장의 대가가 물질적 정신적 요인으로 남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의 몇 경우만 보더라도, 즉 1년여 전의 볼라벤 태풍, 2011년의 전국적 순환 정전사태, 경주 마우나리조트의 금년 초 붕괴사고 등에서 보듯 곳곳이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원전, 고속철도, 지하철, 가스관, 송유관, 초고압 전력망 등 고도의 대형 시설물 등이 좁은 국토에 밀집되어 있다. 또한 북한과의 충돌이나 테러 가능성, 이른바 북한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종합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
여기에서 해양교통, 항공, 통신망 및 금융 서비스와 행정 서비스 등의 사고는 발생 초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공공망의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면 국민 생명과 경제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한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안전 관리체제가 구축되어 통합하여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재난 관련 업무는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이 주도하고 있는데, 화재, 가뭄, 폭우와 홍수 등에 치중되어 있다. 급증하는 산업재해와 대형 인재에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 선진화된 시스템 및 데이터베이스의 종합적 구축 및 관리, 연구기술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보는 안전에 대한 이해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반인은 안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재난 진행에 대한 정보와 대처 요령 등을 일반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정보체계와 인프라도 잘 마련되어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김병식/초당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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