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rap). 미국 할렘가에 모인 흑인들이 사는 이야기나 사회 비판을 한마디씩 툭툭 던지며 즐기던 이 놀이는 이제 세계 팝 시장을 뒤흔드는 음악이 됐다. 요즘 국내가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또 흥겨운 리듬과 재치 넘치는 표현을 무기로 각종 대중매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 매력은 무엇일까?
◆요즘 뜨는 CM송 트렌드, 랩
이 거리의 옷매무새/는 너무나도 뻔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행이야 올해
난 싫지 허세/ 무시하지 대세
세상 모두 쫓아가도 쫓지 않아 절대
최근 현대카드 TV 광고에서 앵무새 'MC 옆길로새'가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을 주제로 선보인 랩 CM송이다. ('MC'는 랩을 하는 '래퍼'를 가리키는 또 다른 말.) 이 랩은 모음 'ㅐ'로 끝나는 각운(라임)을 절묘하게 구사하며 시청자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했다. 유튜브에 있는 2분짜리 풀 버전 동영상은 현재 조회 수 500만 건을 넘겼을 정도로 큰 인기다. 물론 실제로 랩을 구사한 래퍼는 앵무새가 아니라 따로 있고, 현대카드 측은 이를 공개하지 않는 광고 전략을 썼다.
CM송을 랩으로만 채우는 TV 광고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서다. 체조요정 손연재가 워킹화를 신고 나오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 TV 광고의 CM송은 2인조 힙합 그룹 긱스가 맡았다. 'Never Give Up (네버 기브 업, '포기하지 않아'라는 뜻)/ 그녀의 좌우명/ 명품백 대신 걸친 책가방.' 이 랩은 손연재를 위한 주제가를 표방하면서 명품백 대신 휠라의 책가방을 메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젊은 소비자들에게 말한다. 힙합 그룹 리쌍의 멤버 개리는 직접 TV 광고 주인공으로 출연해 랩을 펼친다. '이미 시작된 발걸음을 멈출 수 없어 타오르는 나의 열정/ 핑계 따윈 없어 계속 가는 것이 나의 천성.'. 스포츠 브랜드 미즈노의 이미지를 개리가 가진 '상남자'(남자 중의 남자) 콘셉트의 랩으로 표현했다.
멜로디가 아닌 리듬만으로도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는 것 또한 랩의 특성이다. LG전자 탭 북 TV 광고에서 가수 손승연은 강한 톤의 목소리로 '접으면 탭/누르면 북/탭/했다 북/했다 북/했다 탭/했다'라고 랩을 한다. 평상시 노트북으로 사용하다가 접으면 태블릿 PC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특징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세련된 각운보다는 귀에 꽂히는 강한 리듬으로 '탭'과 '북'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귀를 사로잡는 재미가 랩의 경쟁력
천송이가 랩을 한다 송송송/ 내 이름은 천송이/ 우리 언니 만송이/ 내 동생 백송이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SBS)의 한 장면에서 배우 전지현이 코믹 랩을 선보였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MBC)에서 개그맨 정형돈과 가수 지드래곤이 함께한 곡을 패러디한 것이다. 전지현은 이를 발판 삼아 SK텔레콤 '잘생겼다' TV 광고에서도 코믹 랩 한 구절을 선보였다.
일단 재미있어야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얘기다. 랩이 그런 소재다. 광고업계에서는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CM송에서 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기억에 변별력 있게 남으려면 중독성 있는 CM송을 활용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이전까지는 톡톡 튀는 멜로디의 노래 형식을 많이 선보였고, 최근 리듬을 강조하는 랩 형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로 주목받는 랩의 특성은 속칭 '개가수'(개그맨+가수)들이 먼저 알아봤다.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의 형돈이와 대준이(개그맨 정형돈+래퍼 데프콘), '이태원 프리덤'의 UV(개그맨 유세윤+가수 뮤지)는 재미난 랩송을 담은 앨범을 이미 수차례 발표하며 인기를 얻었다.
◆대중매체에 생기 불어넣는 랩
랩은 방송가에서도 인기다. 배꼽 잡게 만드는 유머 코드다. KBS2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과 tvN 코미디 빅리그 '라임의 왕'은 랩을 겨루는 랩 배틀 상황을 소재로 재치 넘치는 각운과 사회 풍자를 선보인 코너다. 꾸준히 쏟아지고 있는 TV 오디션 프로그램도 노래와 악기 연주를 하는 참가자들은 물론 랩을 선보이는 참가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엠넷 '쇼미더머니'는 아예 랩 경연만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시즌 1 방송을 했고, 올해 7월 시즌 3 방송이 시작된다.
이러한 바탕에는 국내가요 시장 속 랩, 힙합 음악의 약진이 있다. 리쌍, 다이나믹듀오, 배치기 등 힙합 뮤지션들은 곧잘 아이돌 가수를 제치고 가요 차트 1위를 차지한다. 스윙스, 빈지노, 박재범 등 신진 래퍼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유행도 이끄는 작은 아이콘이 됐다.
가요계에서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하는 협업인 콜라보레이션도 단연 랩이 인기 소재다. 대표적인 사례 딱 하나만 살펴보자. 지난해 조용필이 10년 만에 컴백하며 내놓은 19집 앨범의 타이틀곡 '헬로'에는 당시 가장 뜨고 있던 인기 래퍼 버벌진트가 참여했다. 이 앨범을 조용필과 공동 프로듀싱한 박용찬 프로듀서는 "버벌진트가 트렌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래퍼라고 생각해 함께 작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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