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 밥그릇이나 챙기는 관피아 뽑아야 나라가 산다

세월호 참사 이면에는 관료들의 총체적 무능과 부정이 자리해 있다. 세월호 참사를 막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선박 운항과 안전 검사, 선사 운영, 구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단계서만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어도 대형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관료들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를 돌아보면 어느 조직도 제 기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관료들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소리를 듣는 상황은 심각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배경으로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등장했다.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를 맡은 한국해운조합은 38년째 해수부 출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선박검사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은 역대 회장 11명 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해양수산부와 해운조합 간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돼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을 정도다. 해운조합'한국선급'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의 요직을 전직 해수부 관료출신들이 장악해 부실 검사-선박 침몰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관료 조직이 범죄단체인 마피아 소리를 듣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만도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수력원자력 고위직들이 퇴직 후 원전 부품제조업체에 재취업해 부품시험서 위조로 이어져 원전마피아가 등장했다. 부처별로 모피아(재무부+마피아), 국피아(국토해양부+마피아), 산피아(산업부+마피아), 교피아(교육부+마피아) 등이 문제가 됐다. 마피아란 관료들이 퇴직 후 유관기관'단체에 재취직해 불법 로비 등 부정부패의 고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속속 붙여지고 있다. 재직 시에는 물론 퇴직 이후까지 제 밥그릇부터 챙기려 드는 관료조직을 마피아 조직처럼 보는 것이 실제 국민 정서다.

'단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해야 할 해양경찰 간부는 '80명이나 구했으니 잘한 것 아니냐'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쏟아낸다.

관료 사회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 주도적으로 일하는 공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퇴직 후 자기 자리나 찾으려는 공직 분위기에서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를 공무원들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퇴직 후 공직자의 낙하산 취업을 막을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