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우리 고유의 전통과 예술 등 문화의 우수성을 일컫는 말이다. 그 문화의 대 잇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문화의 전형을 보전하고, 창조하고, 보급하려면 제대로 공부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숭고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 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산수화 같은 풍경
구미시 고아읍 봉한리 '들꽃 찻집'. 구미 중심가에서 선산 방면의 국도변에 있다. 하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언뜻 스쳐 지나기 쉽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주변의 풍광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은은한 국악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대추차 향이 짙게 풍긴다. 방마다 다기(茶器)와 서예 작품, 목각과 서각 작품으로 가득차 구경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들꽃이란 이름처럼 이곳엔 우리 전통을 사랑하는 일가족이 산다. 목각 전문가 목리(木理) 박기호(57) 선생과 '여소' '목향'이란 호를 쓰는 전통 차인(茶人) 김애영(56) 씨 부부, 그리고 재능을 겸비한 딸이 있다. 이들 가족은 이곳에서 전통문화예술의 맥을 계승하고 있다. '차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씨는 "첫째는 마실거리로서 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고, 둘째는 차를 공부함으로써 차뿐 아니라 전통문화에 관해 관심을 두고 배울 것이 무궁무진해 더 좋고, 셋째는 가족과 함께 같은 것을 추구할 수 있어서 가장 좋다"고 답한다.
◆다도의 대를 잇는 처녀 서예가
"차의 매력은 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들꽃 찻집'에 가면 눈에 띄는 미인이 있다. 차(茶)와 서예, 선묵화를 전공한 박정미(29) 씨다. 목각을 하는 박기호 선생과 전통 차인 김애영 씨의 딸이다. 정미 씨는 부모님의 끼를 타고났다. 하얀 모시 적삼, 길게 땋아 내린 머리, 다소곳이 차를 우리는 자태가 곱다. 그는 전통차뿐 아니라 서예와 서화에도 능숙하다. 대한민국 서예 문인화대전 삼체상 수상, 대한민국 미술 아카데미 선묵화 부문 금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어머니 목향 선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붓을 잡기 시작한 이후로 호산 손경학 선생님께 정식으로 서예를 사사하며 지금까지 거의 붓을 놓지 않고 있다"며 "요즘은 담원 김창배 선생님으로부터 선묵화를 배우고 있다"고 밝힌다. 정미 씨는 우리나라 차인(茶人)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영남 차인 교류세미나에 참가해 어머니와 함께 차를 우리며 휘호를 했다. 모두 그 모습에 감탄해 '우리나라 차세대의 차인'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차 정신인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정(中正: 초의선사가 동다송에 이른 차의 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우리 가족이 하는 일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복 패션쇼 무대에 초청돼
정미 씨는 "서예 스승인 호산 손경학 선생님이 '붓글씨를 잘하려면 서도(書道)와 다도(茶道)를 익혀야 한다'고 말씀해 전통차에 관심을 두었다"고 밝힌다. 여고 시절 구미다례원 이강녀 원장께 종정 차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전통차에 입문했다. 여고생이 다도 문화에 정식으로 입문해 꾸준하게 차를 배우는 경우가 드물어 원로 선생님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다. 2005년 어머니와 함께 서울 COEX에서 열린 제4회 차 문화대전 중 차 겨루기인 '투다(鬪茶) 대회'에 출전했다. 찻자리에 갖추어야 할 도구들의 갖춤 모양새와 차 맛, 차를 우려내는 품새 등을 심사하는 대회다. 이 대회에서 정미 씨 부녀는 '대상'을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경남 하동 차축제의 찻자리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는 등 전국 대회에서 꾸준히 상을 받고 있다. 계명대학교 서예 학과 졸업 후 2006년 전국 최초 4년제 차전공 학과가 있는 서원대학교 차학과에 입학했다. 2007년엔 중국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북경(과기대), 항주(절강대 차학과)에서 차문화 교류와 전공심화 학습을 하며 다예사 등 자격증을 땄다. 학과 수석 졸업 후 서원대 경영대학원에 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요즘은 선묵화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 최대 미술 공모전인 대한민국미술대전과 한국서예문인화대전, 한국아카데미미술대전 등의 공모전에서도 입상했다. '한국적인 자태를 지녔다'는 평판으로 2006년 대구와 전북 익산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에도 초대받아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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