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짝잠수와 보조호흡기

꼭 2인1조 물질…실력 있는 다이버 동반해야 안전

시야가 좋은 날, 동해안 바다. K씨는 41m의 어초를 향해 기분 좋게 하강한다. 물이 맑아도 너무 맑다. 이런 경우 청물(淸水)이 들어왔다고 한다. 필리핀 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맑은 물이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 쪽으로 온다. 똑같은 바다라도 매일 다르고 물때마다 다르다. 썰물 때와 밀물 때가 다르고 바람과 계절에 따라 다르다. 바닥까지 내려가 공기량을 잔압 게이지로 확인하니 제로(0)다. 이러면 보통 헉 놀라 비상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K씨는 '아, 게이지가 고장이 났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막 하강하였는데 공기량이 제로가 될 리 없다'면서 '잠시 구경하다 올라가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채 1분도 안 돼 숨이 안 쉬어졌다. 그제야 K씨는 공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해진 그는 주변에 있는 다른 다이버를 찾았다. 다행히 수심 41m인데도 시야가 좋아 10m 정도 떨어진 곳에 다른 다이버가 보였다. 그는 숨을 억지로 참으며 다가가 공기가 바닥나 호흡이 급하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상대는 뭔 신호인지 몰라 멀뚱멀뚱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상대는 초보 다이버였다. 다이버들은 이럴 때를 대비해 보조 호흡기라는 걸 달고 다닌다. 자기 것 외에 짝(buddy)을 위한 보조(비상)호흡기다.

K씨는 초보자 몸에서 보조호흡기를 찾았으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초보자는 늘 보조호흡기를 달고 다녔는데 그날따라 귀찮다면서 강사한테 떼어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보조호흡기가 없으면 짝호흡을 해야 한다. 한 개의 호흡기로 두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을 말한다. 이미 숨이 급해진 K씨는 수신호로 짝호흡하자고 했으나 신호의 뜻을 알 리 없는 초보자는 호흡기를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게 되자 K씨는 초보자가 물고 있는 호흡기를 강제로 뽑아 자기 입에 넣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갑자기 호흡기를 떼자 초보자는 놀라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며 당황해한다. 몇 모금 호흡한 K씨는 다시 초보자에게 호흡기를 주었다. 그러나 초보자는 K씨에게 다시 호흡기를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연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다시 강제로 호흡기를 뺏었다.

이런 장면을 15m 위쪽에서 목격한 Y강사는 일이 난 것을 감지하고 신속히 내려와 자신의 보조호흡기를 초보자의 입에 물려 주었다.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K씨는 초보자의 호흡기를 물고 있고, 초보자는 Y강사의 보조호흡기를 물고 있는 기이한 모습이다. 초보자는 자기 것을 물고 K씨는 Y강사의 보조호흡기를 물면 되는데, 공포상태(패닉)에 빠진 초보자가 정신이 없어 그대로 세 명이 함께 상승하기로 한다. 그러나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호흡기를 거꾸로 물어 호흡을 할 수 없었던 초보자는 너무 괴로운 나머지 보조호흡기를 뱉어버리고 급상승해버린 것이다. K씨 역시 초보자의 호흡기를 물고 있던 터라 같이 급상승해버린 것. Y강사는 급상승하는 초보자와 같이 달려 올라가는 K씨를 망연자실하게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들어가자마자 급상승해서인지 감압병 등의 문제는 없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안전수칙이란 게 그래서 중요하다. 다이빙을 할 때는 2인1조로 짝을 이뤄 물질을 해야 한다. 스킨다이빙이든 스쿠버다이빙이든 매한가지다. 그리고 보조호흡기를 꼭 달고 다녀야 하고 짝호흡도 꼭 숙달될 정도로 연습해야 한다. 잠수실력이 있는 사람과 짝이 되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짝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보조호흡기는 꼭 필요하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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