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과 현대 아우른 시공간…'시절-시간을 달리다'전

4명의 작가 40여 점 출품…공예에 실험적 기법 접목

7T갤러리가 개관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 '시절-시간을 달리다'가 다음 달 1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허남문, 연봉상, 박찬희, 조현수 등 4명의 작가가 초대됐다.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작가들로 전통공예의 뿌리 위에 실험적인 기법을 접목시켜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8점의 고가구를 비롯해 4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고가구들은 근원(전통)의 의미를 강조하는 오브제다. 고가구 위에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봉상 작가의 도예 작품과 조현수 작가의 유기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벽에는 닥종이로 제작된 허남문 작가의 부조 작품과 한지에 은세공을 결합한 박찬희 작가의 장신구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전시장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허남문 작가의 작품 'Sunrise'는 밀도감 있게 표현된 선들이 커다란 붉은 점을 이루며 돌아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선은 점의 연장이며 다시 점으로 환원된다는 순환 고리를 암시한다. 여기에 한지를 활용해 만든 부조라는 작품 형태는 재료의 변용을 통해 공예가 회화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 위에 시대에 맞는 현대미를 결합시키는 것이 자신의 화두라는 연봉상 작가는 토기와 자기의 기법을 합친 '토하기법'으로 만든 항아리와 유약을 사용하지 않은 현천(玄天)사발, 콩재로 만든 유약을 이중 시유하여 만든 백설유 시리즈 등 실험적이고 개성 강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박찬희 작가는 금속공예가로는 드물게 여러 가지 전통 재료를 혼합해 사용한다. 박 작가는 큰 장신구가 가지는 무게감을 해결하기 위해 한지를 사용하게 됐고 한지에 방습과 내구성을 부여하기 위해 감물 염색과 옻칠을 도입했다. 이는 각 재료가 가진 물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전시작인 '기억의 편린'은 작가의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갈색 한지로 기억의 배경을 만들고 그 위에 가느다란 은선을 두드리고 말아서 자아를 나타냈다.

조현수 대구가톨릭대 금속'쥬얼리디자인과 교수는 전통적 금속 소재인 유기에 옻칠기법을 응용한 작품을 출품했다. 조 교수는 '녹나는 불편한 구식 그릇'으로 외면 받았던 유기의 현대화를 위해 '금속옻칠고온경화기법'을 개발했다. 유기에 옻을 칠해 고온으로 구워내는 '금속옻칠고온경화기법'은 유기의 변색을 방지하는 한편 심미성을 높인다. 조 교수는 "선행 자료가 없어 100여 장이 넘는 금속시편을 만들어 온도와 시간을 달리하면서 한 장 한 장 굽기 시작했다. 그 결과 소재의 종류와 두께 등에 따라 금속과 옻칠의 밀착성이 가장 우수한 온도와 시간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070-8259-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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