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논쟁/김대식'김두식 공저/창비 펴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인 형 김대식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동생 김두식 형제가 한국 사회의 공부풍토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 바람에 아버지가 '우리 집에서 어떻게 저런 자식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을 터뜨리게 했던 형, 한 번도 분란을 일으켜 본 적 없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동생이 '우리나라의 공부'를 두고 한판 붙은 것이다. 두 사람이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책은 '장원급제 DNA를 가진 사람들, 전교 1등만 한 사람들에게 과학 미래를 걸던 시대는 이쯤에서 마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 김대식 교수는 "과학고를 없애야 좋은 과학자를 만들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카이스트나 서울대 가는 애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과학계의 천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 입시제도에서 번아웃된 희생자들이다. 다양한 입시제도가 실제로는 대학교수를 비롯한 기득권층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보장하는 통로로 활용되는 현실도 타파해야 한다. 창의전형이니 뭐니 하는 복잡한 제도는 없애야 한다. 대학입시는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점수만으로 대학을 가던 시절에도 부잣집 애들이 과외를 많이 받아 점수가 높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점수가 아닌 다른 걸로 대학에 가게 했더니 입시만 복잡해지고 결과적으로 부유층에게 더 유리하게 됐다.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열망이 살아 있는데 입시제도만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 문제만 복잡해진다"고 지적한다.
그는 "진보언론에서 강남의 높은 사교육비와 주택비를 열심히 비판했는데, 결과적으로 강남학원을 선전하는 게 돼 버렸다. 부모들이 기를 쓰고 학원주변으로 이사를 한다. 잘 사는 집에서 교육비를 열 배 쓴다고 진보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부잣집에서 교육비 더 쓰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그런 기사는 가난한 집 애들의 공부의욕을 꺾는다. 진보언론 기자들 대부분이 자기애들은 학원에 잘 보내면서 가난한 아이들 마음만 아프게 한다"라고 지적한다. 어쩔 수 없는 문제를 찔러대느라 정작 고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소홀히 하고, 그 과정에서 부모의 허리가 휘고, 가난한 학생은 의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책은 '모든 문제의 출발은 고등학교 성적 기득권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사회적 지위는 훌륭한 연구실적 때문이 아니라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왔고, 입학성적이 좋은 학부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 딱 그걸로 인정받는 것이다. 서울대가 좋은 인재를 배출하려면 학부 1등을 포기하고, 대학원 1등, 연구분야 1등을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대학입학 성적으로) 가만히 앉아서 1등 먹고, 거기에 안주하는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들은 '진짜 공부'를 위해 입시제도를 바꿀 게 아니라, 교수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교수들에게 가해지는 논문 압박이 너무 심하다고 아우성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약하다고 말한다. 김대식 교수는 "외국 명문대 출신 박사가 아니라 국내 박사와 함께 공부하고, 고등학교 성적이 아닌 현재의 연구실적으로 교수가 되도록 할 때 '진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쓴 책인데, 형 김대식 교수의 눈치 안 보는 지적은 속이 시원하다. 286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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