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결혼생활을 한 대부분 부부들은 겉모양새는 어떤 식으로든 가정의 틀이 잡혀 평화로운 균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균형감이란 것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닌 오랜 세월동안 공존해 온 두 개의 문화가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심리전을 펼쳐온 흔적이란 것을 알게 된다. 결혼생활과 함께 부부 각각의 문화는 서로 공존하면서 어느 한 문화가 다른 문화로 귀속되거나 아니면 더 큰 문화가 작은 문화를 흡수하여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융합되어 가정이 운영된다.
남편의 문화 영향력이 아내보다 더 크면 그 집의 주도권은 남편이 장악하는데 그것은 강인한 성격과 유능한 경제력, 그리고 가족을 거느리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표현된다. 이런 가정은 남편의 문화를 중심으로 모든 가정이 귀속되어 그의 스타일로 안정을 꾀하되 간간이 식민지 문화의 긴장들로 충돌한다. 반면 아내의 문화가 앞서면 두말할 것 없이 그 집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주도권은 아내가 틀어쥐게 되고 자잘한 재정관리는 물론 자녀교육과 친인척 왕래 문제에서부터 남편 사회적 활동 범위 제한에 이르기까지 아내의 영향은 막대하다. 이런 가정의 분위기는 아내의 성향을 중심으로 세심한 안정감은 있지만 때로는 남편의 개성과 욕구가 흡수되어 대립의 물결이 넘실대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기성세대들에게 있어 후자의 경우는 여전히 그리 달가운 모습은 아닌 모양이다. 아내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덕으로 집안을 일으켜세우든, 경제적 유능으로 가족의 복리가 빛이 나든 간에 여자의 행적은 오로지 남편 발치에서 다소곳한 향기로 존재하기만을 바라는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능한 아내를 둔 남편의 마음속에, 또는 아들의 한계를 넘어서는 활발한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 마음속에 위안을 주는 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란 속담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의외로 아내의 사회적 활약과 경제적 유능성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가정에서 이런저런 혜택을 얻으며 사는 가장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들 부부들은 그 유능성의 주도권이 남편인가 아내인가를 놓고, 기존 남녀에 대한 가부장적 사고를 가질 때 서로가 불행해진다. 그러나 부부 중 누가 더 유능하면 어떤가. 이제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암탉이 울면 황금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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