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과 가정에서 차분하게 삶을 다져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에서 유능한 아내는 늘 제 의견을 무시한 채, 무리한 빚을 내 집안 대소사와 집 장만을 추진하는 등 인정받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속도 모르고 집안 어른들과 아이들은 뭐든지 아내와 결정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가장이며 아버지라는 저의 자리는 갈수록 작아져만 갔지요. 저보다 수입이 많은 아내 덕에 산다는 처가나 친인척들의 시선에 주눅이 들고 우울했습니다. 그래서 점차 집보다 밖이 편해 퇴근이 늦어지고 취미활동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아내는 가정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설쳐대며 집을 일구어 가는 가정, 누가 가장인지 모르는 참 재미없는 결혼생활입니다. 나를 인정해 주는 가족이 그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실한 남편으로서 열심히 살아왔으나 여러 면에서 더 유능한 아내로 인해 결혼생활이 힘드셨던 것 같습니다. 그 속에는 아내의 능력과 적극적인 도움 자체가 싫었다기보다는 그로 인한 가장으로서의 인정받지 못함에 우울하셨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귀하는 냉랭한 집보다는 자신을 반가이 맞아주고 인정해주는 바깥 생활을 추구했는데, 그 결과는 다시 아내에게 부족한 남편이 되어버려 마음의 갈등이 더 무거웠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의 발생 원인을 두고 문제해결을 위해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귀하가 가정을 두고 밖으로 나가게 한 것은 아내가 가정사에서 귀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처리해 남편 역할을 월권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겠지요. 반대로 아내가 앞질러 뭐든 남편의 역할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추진한 것은 남편의 유유자적한 생활태도와 가족의 미래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 느긋한 일상에서 불안을 느낀 결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생각을 분리하여 본다면 서로가 상대 탓을 해야 하고 상대의 변화만을 촉구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이 두 가지 생각을 한곳에 연결해 보세요. 그것은 원을 그리며 순환적인 관계가 되어 두 사람의 관계패턴이 상호작용해 만들어 낸 공동의 탓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즉, 그간 아내의 행동은 남편을 무시하고 우울하게 하려고 가정사를 일방적으로 운전해 간 것이 아니라 남편의 소극적인 삶의 대처방식에 불안을 느껴서일 것이고, 남편행동은 그러한 아내의 지나친 자기주도적인 역할에 위협을 느끼고 자존감마저 사라져 우울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돌파구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갈등의 원인에 대한 각자의 기여분에 대한 변화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내는 남편의 기분을 살피고 남편의 자존감과 가족 속에서 그의 입장을 살펴 가정사를 돕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남편도 아내의 기여도 부분에서는 기꺼이 인정해주는 너그러움이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은 따뜻한 대화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귀하는 참 행복한 남편으로 보입니다. 아내가 지금 모습에서 뭐든 남편에게 묻고 상의하는 모습만 갖춘다면 이보다 더 괜찮은 아내가 어디 있겠습니까. 동전은 앞면과 뒷면이 공존합니다. 아내의 적극적인 가정 운영 행동에는 가족의 행복을 준비하는 기특한 모습도 함께 보입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부부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트게 할 것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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