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새로 나온 일본의 5천엔권 지폐의 인물은 메이지 시대에 24세의 나이로 요절한 여성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이다. 일본에서 여성이 지폐 인물로 등장한 것은 1881년 진구황후 이후 처음이다. 19세기 말 일본의 가장 중요한 여성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그는 주로 도쿄 서민층의 정서와 유곽의 풍경 등을 소재로 산업화 속에 사라져가는 전통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1872년 도쿄에서 태어난 히구치는 소학교를 수석 졸업하는 등 어려서부터 매우 영특한 아이였다. 하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진학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를 와카(和歌'일본 고유의 정형시)를 가르치는 사설기관에 보내주었다. 하지만 15세와 17세 때 큰오빠와 아버지를 연이어 잃으며 히구치는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삯바느질과 세탁 등 허드렛일로 돈을 벌었다. 19세부터 소설을 배우기 시작해 등단했으나 생활고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가난 속에서도 1896년 11월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키재기' '13야' 등 14편의 주옥같은 단편소설들을 남겼다. 평생 가난에 시달렸던 히구치. 사후에나마 지폐의 인물이 되었으니 한이 조금은 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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