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로 가정의 달인 5월 풍경이 바뀌고 있다.
각종 행사로 떠들썩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가족노트 만들기, 고향 어른 뵙기 등 가족애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권기영(46'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휴일에다 어린이날, 석가탄신일이 연이은 황금연휴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올 초부터 해외여행 꿈에 부풀어 있었으나 세월호 침몰 참사로 연일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모습을 보며 평소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시댁 어른들을 뵈러 가기로 했다. 권 씨는 "아이들과 함께 시골의 시부모님댁에 가서 일을 돕고 모처럼 가족 간의 대화를 나눌 참이다"며 "마침 아이도 학교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고 난 뒤라 시골에 가는 것을 찬성했다"고 전했다.
초교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이정숙(47'수성구 지산동) 씨는 얼마 전부터 거실 텔레비전 옆에 노트 한 권을 두고 가족이 돌아가며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사춘기의 두 아들이 모두 말수가 적어 한동안 집에서 대화가 없었다. 가족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으나 실천하지 못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노트를 펼치게 됐다"며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돌려보며 평소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아이들도 아빠, 엄마가 자기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했다.
가정의 달을 가족들과의 여행, 외식 등으로 채웠던 사람 중에는 올해는 부모님과 조상의 묘를 찾아 봬 인사를 올리겠다고 말한다. 허련(57'달성군 다사읍) 씨는 "명절은 아니지만 이번 참사를 보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연휴동안 가족과 함께 아버지 산소에도 다녀오고 따로 사는 어머니도 찾아뵈면서 차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실제로 참사 이후 해외여행이나 제주도, 울릉도 등으로 가는 단체여행객이 많이 줄었으나 자연휴양림, 캠핑 등 가족 단위로 갈 수 있는 대구 근교의 장소는 이번 연휴기간 예약이 사실상 마감됐다.
홍상욱 영남대 가족주거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 참사로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 각자의 처지에서 슬픔을 느꼈고, 또 이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큰 사고에 숙연한 마음으로 애도를 표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정서이며, 이런 분위기가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며 "이번 사고의 상당수 피해자가 학생이란 점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건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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