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산업단지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근로자들에게 한 해 600%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했다. 중도 퇴직자에게도 다음에 있을 상여금을 일수로 계산해 지급해왔다. 예를 들어 3월과 5월 등 홀수달에 상여금이 지급되는데 4월에 퇴직 예정이라면 5월에 받을 상여금을 일수로 나눠 줬다.
그런데 3월 31일 단체협상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을 바꿨다. 퇴직 예정자는 다음에 있을 상여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한 것이다.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A사 노조 관계자는"근로자들은 이런 규칙 변경이 불이익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장이 고용 불안을 조장하는데다 상급단체인 어용노조가 앞장서다보니 단체협약이 기습적으로 체결됐다"고 했다.
포항의 철강 제품업체 B사 근로자들도 3월 말 같은 경우를 당했다.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정기상여금을 재직자에게만 주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취업규칙이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될 때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근로기준법도 무시됐다. 회사 측은 노동조합이 없는 점을 철저하게 이용한 것이다.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줄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취업규칙을 바꾸는 '꼼수'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조합 등이 없어 회사와 집단 교섭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나 영세업체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통상임금과 관련,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과 지난 1월 고용노동부의 노사지도지침이 발표된 이후 근로 현장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취업규칙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는 정기상여금을 성과상여금 등으로 바꿔 통상임금에 넣지 않거나 재직자에게만 주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통상임금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배진호 부장은 "통상임금 관련 상담 대부분이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인사 불이익 등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업체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노동조합 설립비율은 12% 내외로 추정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1월 각각 792건, 649건에 머물던 취업규칙 변경신고 건수가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을 내놓은 뒤인 2월엔 904건으로 급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취업규칙 변경 신고가 각각 778건, 688건, 569건이었다.
상당수 근로자가 아직 통상임금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몰라 기업들이 취업규칙을 바꾸더라도 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점도 이 같은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노총 대구본부 통상임금 불이익변경 대응센터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들은 임금 구성 항목의 세세한 부분보다는 총액 기준으로 따지다 보니 불이익을 받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통상임금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를 묻는 상담전화가 자주 온다"고 했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취업규칙 변경 내용을 전수조사해 불이익 변경 사업장을 적발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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