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으로 세계 최대 초콜릿 브랜드는 미국 허시, 스위스 네슬레, 일본 메이지(明治製菓)다. 하지만 명성과 전통으로 치자면 얘기는 달라진다. 마니아들은 벨기에 노이하우스와 고디바, 미국의 기라델리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위 3대 명품 초콜릿 브랜드다.
신대륙의 카카오 열매가 스페인을 거쳐 유럽 상류층을 매료시키면서 시작된 초콜릿의 역사는 차와 도자기, 커피 등 다른 사치품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최초의 초콜릿 하우스가 들어선 것은 17세기 중반 런던이지만 현재 수제 초콜릿의 천국은 벨기에다. '브뤼셀에 초콜릿 가게를 낸 프랑스인 쇼콜라티에는 매우 용감한 사람'으로 취급될 정도로 초콜릿 가게가 즐비하다. 1천만 명의 벨기에 인구 10% 넘게 초콜릿과 관련 있다는 통계다. 브뤼셀 등을 여행하면서 가장 흔히 눈에 들어온 게 초콜릿 가게였다는 점에서 '초콜릿의 수도'라는 수식어가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루이 13세 시절 초콜릿이 처음 소개된 이후 프랑스는 초콜릿 산업 보호 등 명성을 지키기 위해 법률까지 제정했다. 유명 브랜드가 많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수제 초콜릿은 '드보브 에 갈레'(Debauve et Gallais)다. 묵직하고 깊은맛도 맛이지만 1,800년 문을 연 이후 유일하게 왕실에 공급된 최고급 초콜릿이라는 프리미엄도 한몫했다. 창립 200주년 기념 초콜릿이 국내서 57만 원에 팔릴 정도로 비싸다.
루이 16세 때 왕실 약제사였던 드보브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약 맛을 불평하자 코코아와 사탕수수, 약을 버무린 동전 모양의 '피스톨'(Pistoles)을 처방해 환심을 산 게 그 효시다. 파리 생제르맹에 첫 가게를 열고 조카 갈레의 이름을 같이 붙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작년 1월 각국 대사와 외교관, 연예인 등 수백 명을 불러 호화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아해 2012'가 새겨진 드보브 에 갈레 초콜릿을 선물했다는 보도다. 유 전 회장 아들이 드보브 에 갈레 뉴욕점을 경영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의문의 재산과 구원파, 전직 대통령과의 커넥션 등 온갖 의혹으로 지탄받는 유씨 일가와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에 선 마리 앙투아네트를 이어주는 드보브 에 갈레 초콜릿의 기막힌 인연이 과연 우연의 산물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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