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국가의 틀을 바꾸는데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중점 지원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적 재난 예방에 재정투자를 이전 계획보다 5% 이상 늘리기로 했다. 세월호 침몰이 재난 예방 투자의 소홀이 빚은, 그래서 막을 수도 있었을 참사라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올해 재난관리 예산은 9천440억 원으로 지난해(9천840억 원)보다 4.1% 감소했다. 이를 포함해 재난관리예산은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4.9% 줄이기로 돼 있다. 경제성장 둔화로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예산을 늘리려다 보니 재난관리 예산을 손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재정운영계획은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상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관련 예산을 늘린다고 세월호 침몰과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선원의 직업윤리 타락, 없으나 마찬가지인 재난 대응 시스템, 안전 불감증과 공무원의 복지부동 등이 합작해낸 총체적 재난이다. 시스템적 접근 없이 돈만 더 쓴다고 해서 개선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이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위해 급조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안전 관련 예산을 5% 증액한다고 했지만 이전 계획(2013~2017)에서 예산 증가율이 마이너스(-4.9%)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게다가 구체적으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세부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이런 비판을 잘 뒷받침한다.
그런 점에서 재난관리 예산 증액은 복지예산 확대만큼이나 포퓰리즘적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재정운영계획 하에 마련된 대책이 아니라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한 대증요법(對症療法)에 불과하다. 이렇게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재정계획으로는 복지예산을 늘리려고 안전 관련 예산을 줄인 것처럼 상충하는 요구를 조정하지 못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미봉책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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