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통령'을 아시나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에 따르면 '초통령'은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의 준말로 인터넷 등에서 초등학생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콘텐츠 및 아이돌 가수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예전에도 초등학생들을 비롯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어린이들은 '초통령'이라는 단어로 자신들의 취향을 뚜렷이 알려주는 신호를 보낸다는 데서 예전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곧 지방선거도 열리는 마당에 각 부문별로 초통령 후보를 선출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초통령 선거 경선 판세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신문을 보는 기특한 어린이들에게는 자신이 왜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부모님께 이야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옆에서 같이 신문을 보며 '뭐 사달라고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긴장하시는 부모님들은 이참에 자녀의 취향을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 단, 자녀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니 참고만 하자.
◆'라바' '엘사' 2파전…애니메이션 캐릭터당
애니메이션 부문은 국산계 후보와 외국계 후보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초등학생들의 필기구와 가방을 점령하다시피 했으나 지금은 국산 후보가 초등학생들에게 더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뽀로로'가 '뽀통령'으로 불리며 장기집권의 꿈을 키웠으나, 지금은 '꼬마버스 타요' '라바' '로보카폴리' '또봇' 등 여러 국산 캐릭터 후보들이 치열하게 이 당의 초통령 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캐릭터는 바로 '라바'다. 애벌레 '레드'와 '옐로'가 보여주는 몸 개그 전략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사로잡았다.
외국계 후보는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가 다른 후보들을 모두 평정하고 초통령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에게 엘사는 따르고 싶은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겨울왕국' 개봉 후 아이들이 틈만 나면 주제가인 '렛잇고'(Let it go)를 부르면서 엘사 흉내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바'와 '엘사' 2파전 양상을 띠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당에서는 그래도 '라바'가 조금 더 우세해 보인다. '겨울왕국'의 상영이 끝나면서 엘사의 인기도 점차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스를 자 없다" EXO(엑소) 지명 확실…아이돌당
초통령 자리를 노리는 아이돌 가수 후보들은 따로 있었다. 대표적으로 오렌지캬라멜, 에이핑크, B1A4 등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초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움과 발랄함에 있다는 점이다. 섹시 콘셉트와 이해하기 어려운 노래가사로 접근하기 힘든 아이돌들 대신 쉬운 멜로디로 접근한 이들의 전략이 어린이들에게 먹혀든 것이다. 이들 중 지난해 초까지 아이돌당의 후보로 가장 유력했던 아이돌 가수는 B1A4였다. B1A4는 남성 아이돌 치고는 귀여운 스타일로 승부해 초등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으며 강력한 초통령 후보로 지명될 뻔했다.
하지만 B1A4의 인기를 무력하게 할 만큼 강력한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EXO(엑소)다. 지난해 '늑대와 미녀' '으르렁' 단 두 곡으로 가요계를 평정했던 EXO가 어린이들의 표심도 함께 접수해버렸다. EXO가 단숨에 아이돌당의 초통령 후보로 지명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2명의 멤버 중 자기 취향에 맞는 멤버가 한 사람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으르렁'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교복 의상은 EXO가 '왠지 내 옆에도 한 명 있을 법한 오빠'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한 화장품 회사에서 출시한 EXO의 사진과 사인이 용기 바닥에 적힌 립밤이 초등학생 팬들에 의해 품절 사태를 빚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쯤 되면 EXO의 아이돌당 초통령 후보 지명은 확실해 보인다.
◆확실한 우세 없는 치열한 3파전…TV 프로그램당
요즘 EBS를 제외하고는 지상파 TV 프로그램 중 어린이 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 않은 탓에 TV 프로그램당의 지상파 계파에서는 일종의 '인물난'을 겪고 있다. 그나마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은 SBS의 '일요일이 좋다-런닝맨'(런닝맨)과 EBS의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보니하니) 정도다. '런닝맨'은 진행방식부터 아이들의 놀이인 술래잡기와 비슷한 데다 MC인 유재석이 '유르스윌리스'로, 하하가 '하로로', 이광수가 '기린'으로 불리는 등 출연진들에게 캐릭터가 부여돼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보니하니'는 '보니'(안재성)와 '하니'(이지은)가 어린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쇼로 EBS의 유아'어린이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블 TV 쪽은 투니버스의 '난감스쿨'이 꽉 잡고 있다. 철저히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예능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난감스쿨'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나 코미디언들이 어린이 게스트들과 어울려 게임도 하고 단막극도 찍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고정게스트로 출연하는 홍태의(14) 군은 이미 많은 초등학생 팬을 확보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돌풍 현재진행형…게임당
현재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게임을 물었을 때 모두가 '마인크래프트'를 이야기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게임 이야기를 하면 온통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뿐"이라면서 "스마트폰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가 언제까지 초통령 후보로 유력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메이플스토리'부터 초등학생을 공략한 귀여운 그래픽의 많은 게임들이 나타났다 사라진 것이 게임당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한때 국민 게임으로 불리던 '애니팡'의 초반 인기는 대개 초등학생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게임들이 짧은 시간 동안 애니팡이 누렸던 위치에 올랐다가 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마인크래프트'가 언제까지 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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