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도소 이름 뺀 청송, 사과로 물들다

보호감호시설, 지역명칭 빼고 '경북 북부'로 바꿔

'청송교도소'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청송을 옭아맨 굴레였다. 국내 유일의 보호감호시설이자 악명 높은 범죄자들의 수용소가 있는 곳이라는 오명은 경치 좋고 인심 넉넉한 농촌 지역이 감당하기는 버거운 짐이었다. 무겁던 멍에는 지난 2010년 교도소 명칭에서 청송이 빠지면서 한결 가벼워졌다.

청송에 대한 이미지가 변하면서 생긴 긍정의 힘은 사과로 이어졌다. 청정 지역에서 재배된 청송 사과는 빼어난 품질을 내세우며 전국적인 각광을 받고 있다. 청송사과 열풍은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며 낙후 지역의 숨통을 틔웠다.

◆청송교도소 개명 프로젝트

청송에 들어선 보호감호시설은 모두 4곳이다. 지난 1981년 청송군 진보면에 청송 제1'2'3보호감호소가 각각 들어섰다. 이후 2년 뒤인 1983년 교도소 1곳과 보호감호소 2곳으로 개편됐다. 이 과정에서 제1보호감호소는 청송제1교도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1993년 청송 제2교도소가 문을 열었고, 청송 제1보호감호소는 2004년 청송 직업훈련교도소로 변경됐다.

국내 유일의 보호감호시설인 만큼 희대의 범죄자들이 거쳐 갔거나 수용돼 있다. 대도 조세형(75)과 탈옥수 신창원(47),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범 김길태(37),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조두순(62), 수원 토막살인범 오원춘(43) 등이 머물렀다.

청송이 교도소의 이미지로 각인된 데는 영화의 영향도 컸다. 1990년 청송교도소의 전신인 청송보호감호소의 이야기를 다룬 이두용 감독의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이 주목받았던 것. 이후 청송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악질 범죄자들을 다시 수용하는 곳으로 낙인찍혔다.

이 때문에 '청송' 출신이라고 말하면 청송이 고향이 아니라 청송교도소에서 수용생활을 한 사람이란 이미지가 강해 많은 출향인들이 피해를 봤다. 참다못한 청송군향우회연합회 회원 2천여 명은 2007년 '청송교도소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법무부에 제기했다. 또 2010년 3월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법무부에 명칭 변경을 건의했다. 같은 해 4월 5일에는 청송군수와 군의원 등 7명이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방문해 명칭 변경을 요구한 끝에 변경 약속을 받았다.

이후 2010년 8월 교도소 명칭에서 '청송'이라는 지역명은 모두 빠졌고, '경북 북부'로 대체됐다. 보호감호시설이 들어선 지 30년 만이었다.

◆사과로 이어진 긍정의 에너지

청송사과의 주가는 공교롭게도 교도소 이름에서 청송이 빠진 2010년 이후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이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던 청송사과는 전국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청송사과 거래가격은 15㎏ 기준 평균 3만4천30원으로 전국 평균 가격인 3만1천900원에 비해 10%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다.

청송사과의 생산량이 큰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값을 더 주고도 청송사과를 사먹는 수요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소비자 평가에서도 안동'충주사과에 밀리던 '청송사과'의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청송사과가 사과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현재 청송사과는 전국 도로변에서 심심찮게 '짝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이제 사과 하면 '청송'이란 말이 당연히 나온다는 얘기다. 현재 청송 지역에서는 2천700여 농가에서 해마다 4만 2천여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사과 판매액은 1천61억원에 이를 정도로 사과가 청송 지역 산업 전체를 이끌고 있다.

이경국 청송군 기획감사실장은 "인터넷에서 청송을 입력하면 사과가 연관검색어로 검색될 정도"라며 "군은 올해도 전체 예산의 22%인 596억원을 사과 분야에 투입해 확실한 사과 주산지의 명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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