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라파엘 보넬리 지음/송소민 옮김/시공사 펴냄

어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심한 자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는 잘못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에서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자기를 기만하는 사람들은 잘못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경향이 많다. 자신의 실수는 인정하지 않고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모토 아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결국 인간관계의 파국을 부른다.

이 책은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이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 전문의인 저자는 이런 사람들이 겉으로는 불안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신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잘못을 떨쳐내고 억압하느라 갖은 애를 쓰는 이유는 잘못의 존재 자체가 고통을 의미하고 그 고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9명의 문학작품 주인공(파우스트, 스크루지, 프란츠 모어, 그레고리우스, 리처드 요크, 미하엘 콜하스, 안톤 호프 밀러, 라스콜리니코프, 장발장)의 이야기와 45개의 실제 상담 사례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마주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잠시 심리적 부담을 더는 일에 불과하며 관계 회복을 위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만 새로운 행동의 여지(용서)가 생긴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용서는 이미 일어난 일을 하찮은 일로 치부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당한 부당함으로부터 해방되는 최적의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한다. 372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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