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요지부동 대학 등록금 과감히 내려라

대구'경북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사실상 0%였다. 1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공시자료를 보면 대구'경북 21개 대학의 2014년 1인당 평균 등록금은 644만 4천 원으로 지난해 644만 6천 원에 비해 불과 2천 원(0.03%) 내렸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 여부에 따라 국가장학금과 국가지원금을 차등 배정하겠다고 하자 대학들이 등록금을 몇 천원씩 찔끔 내리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에 따라 '반값 등록금'을 기대했던 국민으로서는 적잖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의대 등록금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35개 의대의 평균 등록금은 927만 원에 달했다. 1천만 원을 넘는 의대가 13곳이나 됐다. 국립대라는 서울대조차 등록금이 988만 원으로 1천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역 경북대 의대가 533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과다한 등록금은 재력가 부모를 두지 않은 학생들의 면학 의지를 꺾을 뿐이다.

대학등록금은 2000년 이후 2011년까지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2000~2008년에는 매년 물가 상승률의 2~3배씩 치솟았다. 2000년 평균 219만 원이던 국'공립대 등록금은 올해 414만 원으로 이미 두 배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평균 451만 원이던 사립대 등록금도 733만 원으로 치솟았다. 이마저 정부가 학비 감면 실적을 대학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2012년 4.3%를 내린 후 해마다 1% 미만씩 내린 결과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다 해도 반값이랄 것도 없다.

실력을 갖추고도 돈이 없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배울 기회를 잃게 되면 공정 사회의 기틀이 무너진다. 학비가 비싸질수록 교육의 기회균등을 추구할 기회도 사실상 멀어지게 된다. 지금 같은 고 등록금체제 아래서는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등록금 인하는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다. 고등 교육의 책임을 언제까지나 개인의 영역에 맡겨둘 수 없다. 재력을 갖춘 학부모를 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교육에서 차별받게 되면 미래 평등 사회를 구현하기도 더욱 어렵다. 정치인들이 철만 되면 반값등록금을 들고 나오는 것도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학은 면피용 등록금 인하로 생색만 낼 일이 아니다.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을 다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