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세월호 참사 '수상한 초기 수사' 이유 있었다

해양경찰의 세월호 사건 초기 수사가 부실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먼저 해경은 사고 직후 선장과 선원들을 한 모텔에서 자기들끼리 지낼 수 있도록 하면서 입을 맞출 기회를 줬다. 그 결과 '승객들에게 배에서 탈출하라'고 알렸다거나, '승객 구호조치를 했다'는 거짓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기관사 한 사람이 자살 기도를 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보아 피의자 관리도 부실했다.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합동수사본부를 가동하고 나서야 대질 신문 등을 통해 이들이 승객을 내버려두고 탈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경은 또한 선장과 선원이 본사인 청해진해운과 통화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7차례나 통화한 사실을 밝혀낸 것도 합수부이다. 선장과 선원을 피해자처럼 다루면서, 선장을 담당 경찰관 아파트에 재우는 등 편의까지 제공한 것은 더 가관이다.

이같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초기 수사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세월호의 수색과 구조 등 사건을 총지휘했던 이용욱 전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의 세모 출신 이력이 드러나면서다. 그는 1997년 8월 세모그룹이 부도날 때까지 세모의 조선사업소에서 일했다. 해경에 특채되기 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자로 세모에서 7년간 근무한 것이다.

이용욱은 해경으로 특채되는 밑거름이 됐을 박사 학위를 받는데 세모의 연구비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박사 학위 논문에 영어로 '면학의 기회를 만들어주신 ㈜세모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는 글까지 남겼다. 해경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무관으로 승진한 후 해상 치안을 총괄하는 정보수사국장이 된 그가 친정인 세모그룹의 유병언 전 회장 일가가 실질적 소유주인 청해진해운이 일으킨 세월호 사고를 맡게 된 것이다.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었는데도 세모의 근무 경력을 밝히고 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다. 부실한 수사를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해경에 몸담고부터는 종교적 신념의 차이로 구원파와 절연을 했다는 해명도 오히려 비겁하게 들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배신자의 전형처럼 보인다. 비극적 참사와 국민적 울분을 고려할 때 수사당국은 이 전 국장의 유병언 전 회장과의 유착 관계와 구원파 접촉 사실 여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이미 불신의 멍에를 쓴 해경의 자체 감찰을 누가 믿겠는가. 또다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수상하면서도 부실한 초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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