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의 변신(變身)

대구가 '변신'(變身) 중이다. 보수'수구'기득권의 상징 도시처럼 여겨지던 대구에 새로움'혁신'타파 등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신호탄은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이 쐈다. 김 후보는 보수의 대표도시로 각인된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로 나섰는데도 놀랄 만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들러리' 야당 후보가 아니다. 대구시민들로부터 당선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후보로 인정받고 있다. 대구로서는 큰 변화다. 심지어 김 후보를 대구시장으로 뽑아야 한다며 대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유권자도 많다. 20, 30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보수층이라는 50대 이상 중'장년, 공무원 중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는 변화를 바라고, 실리를 찾자는 대구시민의 '변심'(變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더는 등신같이 당하지만 않겠다'는 켜켜이 쌓인 섭섭함, 서운함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토록 사랑했건만 그 결과는 여야 모두의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반복되는 결과에 이젠 지친 것이다.

대구에 야당 시장. 이는 여당에는 청천벽력, 야당엔 천지개벽과 같은 일이다. '이렇게 된다면 양쪽 모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변신 중인 대구시민의 마음임을 알아야 한다.

대구시민의 변신은 지난달 29일 열린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날 경선에서 대구시민은 현역 국회의원도, 전직 단체장도 아닌 '야인' 권영진 후보를 선택했다. 이유는 하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대구시민으로선 모험이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내 검증'인정받은 인물이긴 하지만 지금은 이렇다 할 보직이 없는 '비주류'다. 특히 대구엔 조직도, 지지 기반도 별로 없었다. 변화와 혁신, 준비된 공약 등을 내걸고 시민들에게 다가갔고, 시민과 당은 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보고 그를 선택한 것이다. 변화와 새로운 대구에 대한 바람과 열망 앞에 3선과 재선의 현역 국회의원 프리미엄은 소용없었다. 친박계라는 타이틀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당의 점지를 받았다는 얘기도 소용없었다. 지역 유력 국회의원들의 소위 '오더'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변화와 혁신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고 가장 적합한 후보, 권영진을 선택한 것이다.

김부겸과 권영진.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행정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으로 수도권과 서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동했다. 이미지도 비슷하다. 젊고 참신하다. 포용과 소통의 이미지도 강하다. 또 있다. 둘 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대구를 떠났다가 대구시장이 되겠다며 돌아왔다. 그런데도 대구시민은 이들을 받아들이고, 지지하고 선택한 것도 똑같다.

대구는 그동안 '깃대만 꽂아도 되고' '위에서 결정했다'면 그걸로 모든 게 끝이었던 '그런' 곳이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대구가 변하고 있다. 대구시민의 변화와 열망을 제대로, 잘 읽어야 한다. 왜 지지를 하고,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를 잘 알아야 한다. 어렵게 피운 변화에 대한 대구시민의 작은 불꽃을 꺼지게 해선 안 된다. 이는 승패를 떠나 '대구의 아들'을 자처하며 갑자기 나타났음에도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는 두 후보의 사명이고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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