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에 휩싸인 박정현 작가의 설치 작품이 결국 전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 대구지방법원이 미술저작물 전시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대구미술관이 유망 젊은 작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Yartist project' 초대 작가로 선정되어 6월 1일까지 전시를 갖고 있다. 표절 시비에 휘말린 작품은 'disturbing'으로 수 많은 선(정보)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표현한 설치 작품이다.
최근 이 작품에 대해 손몽주(부산시 동래구)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박 작가가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지난달 30일 대구지방법원 제20민사부(부장판사 손봉기)는 저작권(공표권, 전시권) 침해를 이유로 손 작가가 제기한 미술저작물 전시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표절 논란으로 전시 작품이 철거되는 것은 지역 미술계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박 작가와 대구미술관이 입게 될 타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판결은 표절에 관한 것이 아니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판단 아래 전시를 하지 말라는 처분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자칫 표절이 확정된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박 작가의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고 판결이 나기까지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손 작가에 비해 소송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작가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 10명의 작품과 손 작가와 저의 작품을 모두 본 전문가의 의견 등을 제출하며 최선을 다해 소명했다. 손 작가는 벽과 바닥, 천장을 모두 활용한 반면 저는 벽만 사용했다. 손 작가와 저의 작품은 구도적으로도 다르며 개념적으로 접근하면 완전히 차별화된 작품"이라며 여전히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판결로 대구미술관의 기획력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대구미술관은 "Y artist project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유수기관 및 큐레이터들로부터 작가를 추천받은 뒤 국내외 기획자들로 구성된 심사단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기 전에 모니터링을 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시 작품이 중도에 철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은 "현대미술에서 형식의 유사성은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개념이 중요한데 손 작가와 박 작가의 작품은 개념적으로 다른 작품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망 젊은 작가가 본의 아니게 표절 의혹에 휩싸여 안타깝다. 이번 판결은 납득하기 힘들다. 쟁쟁한 기획자들이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법률적 자문 등을 거친 뒤 대구미술관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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