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솜방망이 처벌이 아동학대의 나라 만든다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잔혹한 범죄다. 하물며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라면 더 이상 부모일 수 없다. 이들은 그냥 범죄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가해자가 피해 아동의 부모 또는 보호자라는 이유로 법이 관용을 베푼다면 아동학대 범죄는 근절될 수 없다.

대한변협이 어제 어린이날을 맞아 내놓은 '2013년도 인권보고서'는 아동학대 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준다. 검찰은 2012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기관에 넘겨진 250명 중 27.2%인 68명만을 기소했다. 87명에겐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맺었고 30명은 기소하지도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에도 1~9월까지 아동학대 사범 267명 중 33.7%인 90명만을 기소했다.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기소율이 2012년 전체 범죄자 기소율 40% 선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2년 한 해 동안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선고를 마친 37명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8월 재판에 회부된 54명 가운데서도 8명만이 유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12년엔 집행유예와 재산형 선고가 75.6%, 2013년에는 8월까지 72%에 달한 것이다. 이 또한 2012년 전체 1심 선고 기준 집행유예 및 벌금형 비율 56.7%보다도 훨씬 낮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상황은 상상 이상이다. 2009년 9천309건이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 3천706건으로 치솟았다. 드러나지 않고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드러난 범죄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학대받는 아이들이 피할 곳은 없다.

칠곡과 울산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아동학대범에 대한 형량을 늘리는 등의 여러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런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검찰과 법원은 그 한복판에 있다. 아동 학대는 가정 문제가 아닌 폭력이라는 사실을 사법부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 아동 학대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검찰이나 법원이 아동학대범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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