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사 방해 '싹둑'…가로수 잘라버리는 '가로수 도시'

20~30년 거목들 밑동만…대구시 "조례 따랐을 뿐"

'가로수 도시'인 대구의 가로수가 각종 공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잘려나가고 있다. 5일 오후 동대구역 제2, 3주차장 인근 도로변에서 수령 20~30년 된 양버즘나무 20여 그루가 밑동만 남긴 채 잘려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대구 동구 신암남로 동대구역 제2, 3주차장 입구 쪽 인도(약 150m). 이곳의 가로수인 양버즘나무 18그루가 밑동만 남긴 채 잘려 있었다. 나무 굵기는 20~30㎝가량으로 수령은 20~30년. 제일 굵은 것은 지름이 50㎝를 넘었고 나이테는 40년에 이르렀다. 이들 가로수는 성동고가차로 공사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베어졌다. 지난해 모두 81그루가 공사에 방해되는 수목으로 지정됐으며 앞으로 공사가 더 진행되면 나머지 나무도 잘릴 판이다.

'가로수 도시'라 자부하는 대구가 각종 개발과 공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가로수를 베고 있다. 대구시는 가로수 조성에 매년 4억~6억원을 들이면서도 2억~5억원 상당의 가로수를 해마다 제거하는 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조경 행정을 벌이고 있다.

시에 따르면 보'차도 점용이나 개발로 제거된 대구의 가로수는 2011년 184그루에서 2012년 119그루로 줄었다가 지난해 358그루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가로수 제거 원인자가 부담한 비용은 같은 기간 2억8천380만원에서 2억549만원으로 감소했다가 5억6천123만원으로 증가했다. 구별로 보면 지난해 동구가 144그루(2억 8천271만원)로 베어낸 가로수가 가장 많았고, 수성구가 123그루(7천400만원), 북구가 60그루(1억744만원)로 뒤를 이었다.

동구에 잘린 가로수가 많은 건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공사 때문이다. 환승센터 부지 내에 포함돼 제거된 가로수는 대왕참나무 80여 그루와 은행나무 20여 그루, 느티나무 10여 그루 등이다. 이외에도 동대구역 옆에 건설 중인 성동고가차로로 인해 양버즘나무 81그루(1억3천400여만원)가 잘리게 된다.

수성구 역시 공사로 말미암아 많은 가로수를 제거했다. 대구 새 야구장 옆 '대구세계육상로'를 건설하는 데 70여 그루, 대구경찰청 앞 도로와 청호로를 잇는 무학터널 공사를 한다며 15그루를 잘랐다. 또 시민들이 상가 등 건물을 지으면서 1, 2그루씩 제거를 요청해왔다.

문제는 수백 그루의 가로수를 베면서 매년 가로수 조성에 또다시 수억원을 들인다는 점이다. 시의 가로수 조성 예산은 ▷2011년 6억3천만원 ▷2012년 4억8천만원 ▷지난해 4억원 등이다. 특히 지난해는 가로수를 심는 데 들인 예산보다 제거한 나무의 가치(5억6천만원)가 높았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수십 년 동안 정성들여 키워온 가로수를 개발이란 이름 아래 헐값을 받고 쉽게 없애버려서는 안 된다"며 "나무를 살리는 공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시와 구청은 조례에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조경관리 조례(15조)에 따르면 관리청의 승인을 받거나 협의를 거치고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하면 가로수를 이식'이설 또는 제거할 수 있다. 제거 때의 부담금은 도급공사설계비(재료비'노무비 등)와 수목비(조달청 가격이나 시중 시가) 등을 적용해 산정한다.

동구청 안전녹지과 관계자는 "지름이 30㎝ 이상 되는 나무는 옮기더라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말라죽는 경우가 많아 이식보다는 제거가 적당하다"며 "앞으로 성동고가차로 인근 도로 차선이 확정되면 인도를 축소해 도로를 넓힐 계획이기 때문에 가로수를 베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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