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베이비부머

4월 마지막 주 일요일, 우리 고등학교 동기회는 가까운 청도를 다녀왔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여객선 참사 건도 있고 해서 취소할 생각도 있었지만, 야유회가 아닌 문화탐방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예정대로 진행하였다. 행사는 성황리에 치러졌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참가자 수가 늘어나는 걸 볼 수가 있다. 비단 고등학교 모임뿐 아니다. 초등학교 모임도 꽤 활성화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경우는 단지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로 대변되는 7080세대 전반에 걸쳐 벌어지는 현상인 것 같다. 예전에 동창 찾기 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이 붐을 일으켰다면 요즘은 모바일 동창 커뮤니티 '밴드'가 대세다. 그 중심에 베이비부머들이 있다. 한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 무렵에 태어난 아이는 많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또래는 형제들이 참 많다.

요즘 우스개로 '여자는 돈, 친구, 딸만 있으면 나이 들어도 별로 걱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들은 순위에 끼지도 않는다. 그만큼 아들로 대표되던 자식에게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남자는 마누라, 돈, 친구 정도를 꼽는다고 한다. 남녀 공히 돈과 친구는 필수적으로 생각한다, 그 중 친구는 어쩌면 돈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노년의 인생길이란 워낙 외로운 것이라서 같이 할 길동무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도 노년이 되어도 여전히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전후 세대인 '단카이 세대'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는 일본의 '신(新)중년'은 이미 파워 컨슈머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거대한 인구집단을 이루고 있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도 '일하고 소비하는 신 중년'으로, 노령화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다.

혹자는 베이비붐 세대를 '부모를 모셔야 하는 마지막 세대, 그리고 자식에게 봉양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며 자조(自嘲) 섞인 한탄을 한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 베이비붐 세대만큼 행복한 세대도 없다. 고무신을 신고 가난을 경험했지만 배를 곯을 정도는 아니었다. 비참한 전쟁의 경험도 없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 등 첨단 IT문명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늘이 짙다고 원망하기엔 빛이 매우 찬란한 것이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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