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온기를 나누고, 함께 호흡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포항 오천중학교(남구 오천읍)의 월요일 아침은 특별하다. 교문을 향하는 학생들의 얼굴마다 미소가 가득하다. 주말'휴일이 지난 첫 등교가 뭐가 이렇게 즐거울까.
교문을 넘자 교사들이 학생들을 향해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다. "어서 오렴. 이번 한 주도 우리 열심히 해보자!"
지난 1964년 오천고등공민학교로 개교한 오천중학교는 반세기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명문학교다. 그러나 학교재단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이 일며 학생들과 교사들은 여러 차례 내홍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지난해 7월 26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선목학원이 재단을 인수하며 임종화 교장 등 40명의 교직원과 21학급 700명의 학생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관건이었어요. 심지어 오천중학교에 오기 싫다며 우는 신입생들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프리허그'에서 해법을 찾았다. 교사들이 먼저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의 마음을 전하면 언젠가 학생들도 함께 마음을 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오천중은 3월 10일을 처음으로 매월 2'4주 월요일 아침이면 교사들이 모두 교문으로 나가 학생들을 반기는 '허그 및 하이파이브데이'를 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 오전 8시 50분부터 9시 20분까지 30분간 교사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의 말을 전하는 행사다.
"처음에는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마저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쭈뼛거리기 일쑤였죠. 하지만 프리허그를 통해 이내 더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말에 더욱 힘을 얻었습니다."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한 이기락 학생부장은 "'허그 및 하이파이브데이'를 하는 날이면 교복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거나 지각을 하더라도 즐거운 분위기를 위해 대충 넘어간다. 아이들도 이 사실을 알고 월요일 아침이면 약간씩 멋을 부리기도 한다"며 웃음 지었다.
'허그 및 하이파이브데이'가 시작된 후 오천중은 눈에 띄는 변화를 맞았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학생과 학생 사이에도 서로 보듬어 주는 사랑의 온기가 퍼져 나간 것이다. 신학기가 시작된 후 오천중은 왕따 등 학교폭력이 사라졌으며 최근에는 '허그 및 하이파이브데이'에 학생들까지 능동적으로 참여해 자신보다 늦게 등교하는 친구들을 안아주고 격려하고 있다.
임종화 교장은 "'허그 및 하이파이브데이'를 통해 학생들은 교사의 마음을,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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