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슈퍼 "매출 효자"-모텔 "손님 기피"…대구 시내버스 승강장

업종따라 '유치-철거' 신경전…대구시 "교통흐름 최우선 고려"

대구 동구 효동로 한 모텔 앞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동구 효동로 한 모텔 앞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천덕꾸러기냐, 보배냐.'

시내버스 승강장을 둘러싼 신경전과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성가신 모텔, 성인용품점 등은 승강장이 애물단지지만 슈퍼마켓, 빵집, 부동산중개업소 등은 자연스럽게 매출이나 모객이 이뤄져 승강장이 고맙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제발 옮겨달라고 하소연하는가 하면 승강장을 유치하려는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구 동구 효동로 한 모텔 앞. 이곳 주인은 5m 옆 승강장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인근에 고등학교가 있어 하교 시간이면 승강장은 고교생들로 북적인다. 문제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부 학생들이 모텔 계단에 앉아 있는 바람에 손님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잦다는 점. 또 주차장에 몰래 들어와 담배를 피우기 일쑤여서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모텔 주인은 "승강장이 인접해 여러 가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주인은 참다못해 지난해 대구시와 동구청에 승강장을 옮겨달라고 요구했으나 구청은 인근 골목과 연결된 최적지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강장을 반기지 않는 곳은 여러 군데다. 지난해 초 북구 대현동 경대교네거리에서 공고네거리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 들어선 승강장은 설치 2주 만에 주변 모텔과 유흥업소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 업소는 "승강장이 생긴 뒤 수입이 반으로 줄었다"며 구청에 따졌다. 구청은 이전 시 승강장 간 거리가 너무 멀어지게 된다며 지난 한해 동안 설득 끝에 겨우 진정시켰다.

달서구 송현동의 한 아파트 건너편 승강장은 성인용품점이 이전을 요구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곳 주인은 "업체 특성상 주변이 한적해야 하나 저녁이 돼도 승강장 주변에 늘 사람이 붐벼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조명가게나 의류가게도 승강장이 간판을 가려 장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이전을 촉구했다.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서 수시로 물건을 실어날라야 하는 가게들도 승강장에 대한 불만이 많다.

반면 북구 태전동의 한 승강장은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질 정도로 주가를 높였다. 올 3월 북구청이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쪽으로 승강장을 옮기자 애초 있던 상가와 빌라촌 주민들이 되돌려놓으라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구청은 아파트단지로 들어가는 우회전 차량이 늘어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들어 상가와 빌라촌 사람들을 겨우 설득했다.

승강장 설치와 이전은 해당 구청 교통과가 타당성을 검토해 결정한다. 주 고려사항은 ▷승강장 주변 교통상황 ▷인근의 교차로 등 도로 구조 ▷교통수요 등이다. 더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 신설이나 이전 요구가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구청은 대구시에 공문으로 통보해 공사한다.

북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전체 차량흐름에 따라 승강장을 설치하거나 옮기는데 주민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승강장을 원하기도 하고 꺼리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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