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경영과 부실로 '중점관리기관'이 된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상당수가 관료 출신인 소위 '관피아'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등이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실 공공기관 38곳의 기관장 18명(47.7%)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전직 관료였고 상임감사'이사, 비상임 이사 등 임원 395명 중 115명이 정부 부처 관료로 일하다 옮겨왔다. 산하 기관'협회에서 공직 경험을 발휘하고 조직 발전을 견인하는 등 순기능을 한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관피아의 폐해에서 보듯 실상은 그 정반대여서 문제가 심각하다.
2010년 이후 4급 이상 퇴직 공무원 420명이 산하 기관과 협회에 재취업했다. 또 최근 3년간 퇴직 관료 141명이 주요 협회 79곳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의 역할은 규제를 피해가거나 무력화시키는 로비 창구이자 기관 이익을 대변하는 방패막이다. 이 과정에서 비정상이 판을 치고 부패의 사슬이 공고하게 만들어졌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이런 적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관피아 청산'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고위 공무원이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자리바꿈해 3년 임기에 챙기는 보수만도 최대 15억 원이라고 한다. 주요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 임원도 최고 3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다. 이는 전직 관료에게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며 지불하는 비용이다. 하는 일 없이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는 사례도 있지만 보수만큼 얼굴값 하느라 공익은 뒷전이고 관료 조직과의 유착 등 적폐만 더 쌓이는 구조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관피아의 생태계가 단순 비용의 범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월호 등 각종 재난과 사고 등에서 목격했듯 무사안일과 은폐 등 비정상의 비용은 국민과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곪은 상처는 하루라도 빨리 싹 도려내고 새살이 돋도록 해야 한다. 오래 끌면 끌수록 병세는 깊어진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는 경영 지표의 개선 문제가 아니다. 관피아 청산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의 근본 대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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