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비합리적 측면을 중시한 철학자 니체는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는 유명한 개념을 남겼다. 르상티망은 약자의 질투 혹은 패배자의 시기심을 의미한다. 승자(勝者)를 마음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원망의 뜻도 함축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패배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내가 더 우월하다는 약자의 자기 정당화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기독교 최고의 덕목인 '사랑'도 실은 증오감과 복수감의 숨겨진 정신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을 상상의 복수로 갚는 인종과 관용의 모럴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비록 파격적이고 냉소적이기는 하지만 니체의 화두에는 인간성의 그늘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 선거를 통한 사회 지도층 교체라는 변화와 이에 따른 불협화음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모종의 종교적 도그마가 연루된 대형 참사에서 르상티망의 음울한 일면을 발견한다.
선거에서 현실적으로 지고도 내심 인정하지 않는 르상티망의 정치적 변주는 상대에 대한 음해와 흑색선전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어느 종교학자는 유별난 한국의 종교현상을 르상티망의 개념으로 풀이한다. 시기심과 적개심의 대상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더 나은 가치를 상정하여 달성하려는 것으로 증오와 보복의 감정을 극복하려는 측면이다.
외세의 침탈과 지배층의 착취, 가부장적 권위의 횡포,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급격한 사회 변화와 건강한 정치 및 행정의 부재 그리고 사회 부조리로 인한 아노미 현상과 정체성 상실 등이 종교가 만연하는 토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중은 르상티망을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는 성향을 드러내고, 사이비성이 강한 종교집단일수록 이를 악용해 또 다른 착취와 유린을 일삼는다. 미끼는 천국과 구원이다.
기독교적인 숭고한 사랑의 가치는 본래 르상티망에 근거하지 않는다.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며 되돌아보는 자비의 사상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삶을 안팎으로 지배하는 정치와 종교가 르상티망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무엇이 또 침몰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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