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율 1030원대 급락…중소기업 수출 '빨간불'

연내 세자릿수가지 떨어질 듯…내수·수출시장 동시 위협

환율급락으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수출시장에서 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됐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천50원 밑으로 내려앉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7일 추가 저지선인 달러당 1천30원선까지 무너졌다. 8일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연이은 매도세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천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으나 외환전문가들은 세자릿수 환율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달러당 900원대의 세자릿수 환율은 2008년 7월 11일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국내에 달러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예견됐었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8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올해도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감안하면 연내 세자릿수로 환율이 급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마저 환율시장에 개입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도 환율하락을 기장사실화 하는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적정 수준(3~4%)'보다 많고 원화 가치가 8% 저평가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손익분기점도 맞출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은행이 지난달 16~18일 중소기업 105곳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달러당 1천30원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설정한 기업이 40.8%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달러당 평균 1,052.8원을 손익분기점으로 꼽았다. 환율이 이보다 더 내려가면 채산성이 나빠져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여기에 원-엔 환율마저 하락하면서 주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원-엔 환율은 1천4원96전으로 출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까지 내려가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보다 0.35%포인트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충격파에 취약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주력인 수출기업들에게 불리한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기업의 힘이 빠질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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