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내수 침체에 원고(高)까지 겹친 경제, 돌파구 찾아야

원화 가치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에 깊은 주름을 만들고 있다. 7일 원화 환율이 1달러당 1022.5원에 마감해 세계 금융위기인 2008년 8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지난달 원화 가치는 주요 40개국 중 가장 상승률이 큰 3.05%를 기록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원화 강세에다 미국 기업의 실적 부진 등 외적 요인이 겹치면서 증시도 큰 충격을 받고 7일 코스피는 1%나 하락한 1,939.88까지 밀렸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출은 장기적인 내수 침체에도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빠른 환율 하락세가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특히 내수 부진에다 가파른 원화 상승세까지 겹치면 중소기업들은 견디기 힘든 이중고를 겪게 된다. 우리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만은 피해야 하는 이유다.

이 추세대로 환율이 빠르게 하락해 1천 원 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1천66.4원을 손실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중소 수출기업은 급격한 환율 하락세에 이미 빨간불이 커졌고, 1천50원 선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맞춘 대기업도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오석 부총리가 7일 "환율의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겠다"고는 했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원화 강세는 예고된 악재이고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비록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원가 절감이나 신기술 개발 등 대비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많았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장'단기 대비책 강구를 통한 기업의 체질 개선 없이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급격한 원화 상승을 막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기술 향상과 가격 경쟁력 제고는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위기의식 없이 낮은 원화 가치에 기대는 타성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한 역발상으로 원화 강세의 파고를 슬기롭게 뛰어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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