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관피아 방조한 국회, 공직 철밥통 혁파 나서라

3년 전 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수상레저안전법 개정안에 따라 한국수상레저안전협회가 설립되었고, 해경 출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재취업을 했다. 이 협회의 회장은 물론 사무총장과 지부장 등 5명이 전직 해경 관료들이다. 수상레저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관련 종사자의 안전관리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설립한 협회에 그 유명한(?) 해경 출신들이 셀프 재취업한 것이다.

같은 해 겨울 통과된 수난구호법 개정안 또한 민관구조 체제를 만들자는 취지로 한국해양구조협회의 설립 규정을 뒀고, 이를 근거로 설립된 협회에 그 잘난(?) 해경 출신들이 또 줄줄이 자리를 잡았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신고 접수에서 구조와 수습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무능과 부실, 부도덕 그리고 부조리와 몰상식의 대명사로 떠오른 해경이 아니던가.

행정부와 관련 업계의 유착과 비호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관료마피아법'을 양산해 '관피아'를 조장해온 사례들이다. 그것도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하거나, 정부 부처를 대변해 이름만 빌려 주는 청부입법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방법은 속칭 '협회 끼워넣기'이다. 명분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협회 설립안을 포함한다지만, 기실은 해당 부처 퇴직 관료의 낙하산 재취업 자리 마련을 합법화해 준 꼴이 되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한 채 국민의 안전과 행복보다는 자신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부정'비리와 타협을 일삼아 온 관피아를 조장해왔다는 비난에 직면한 이유이다. 지난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률 제정안도 관련 협회 설립 조항을 끼워넣어 해양수산부 퇴직 공무원들의 은신처를 마련했다가 세월호 참사로 제동이 걸렸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정부의 조직 이기주의를 도와주고 있어서야 될 말인가. 관피아와 공직 철밥통을 추방하는 일을 관료들에게 맡기는 '셀프 개혁'은 어불성설이다. 국회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뿌리깊은 관료와 업계의 검은 이익 카르텔을 혁파할 공직 개혁법안을 마련하고, 의원입법에 대한 심의기능을 강화하는 등 국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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