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부모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주고

이 세상 부모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도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물리적 도움과 세상 살아가는 방법과 삶의 대처능력을 일깨우는 심리적 도움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를 찾는 어떤 부모들은 후자의 실천이 힘들어 지친 경우가 있다. 그들은 한탄한다. 자신의 탁월한 유전적 능력과 탄탄한 환경적 받침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초라한 성과에 가슴을 친다. 그들은 자녀가 열다섯 시간이 넘는 학교공부를 마치고 왔는데도 안쓰러운 정서적 공감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아이가 소파에 앉아 발이라도 뻗을라치면 그 모습에 발끈 화내고 불안해하며 잔소리와 자극적인 비난을 준다. 아이는 이런 등쌀에 못 이겨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준다. 이때, 아이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대부분 아이들은 이 물음에 부모 기대가 벅차면서도 속 깊은 말로 어른처럼 둘러댄다. 부모들이 자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니 괜찮다고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 아이들은 부모 마음을 알고 노력하는데 부모는 아이들이 부모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길 원한다. 이런 부모들의 특성은 공부로 인한 사회적 성공과 실패의 불안이 교차되면서 그것이 전이되지 않을까 하는 복잡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아이 모습을 통해 비로소 자신들의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어찌 보면 자녀들은 '자신을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라 부모의 허영심과 부모의 바람을 채우기 위해 '부모를 위해 해 주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공부도 적성이 맞고 취미적 경향이 있는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성취해 가는 것이라 본다. 부모가 볼 때 자녀가 이런 쪽이 아니라면 응당 자녀가 섰을 때 가장 빛나는 자리가 어딘지를 찾아 그 길로 가도록 돕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아이에 대한 이해 없이 막무가내로 공부만 밀어붙인다면 아이들에 삶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들이 선택하는 것이 우울이요, 낮은 자존감이요, 대인관계 부적응으로 내적 계발을 포기하게 되는 모습일 것이다.

부모의 건강한 역할은 자녀들이 선택해서 가는 길을 축복으로 격려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러다 혹 아이가 그 길을 가다가 건널 수 없는 골과 깊은 물을 만나면 엎드린 부모 등이라도 밟고 무사히 건너도록 돕는 그런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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