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틈-곽대근(1957~ )

틈이 있는 사람은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창호지를 두껍게 발라도

바람이 들어올 때가 있다

하루를 즐겁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우리들

눈 위에 난 발자국을 보아도

가지런하지 않고

비틀거리며 살아온 흔적이 보인다

틈이 있다는 것은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저 넓은 세상을 걸어가는

새를 보라

생각 하나쯤 가슴에 달고

조그만 풀숲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고 있다

- 시집 『발원지』, 문학예술 출판부, 2011.

깊이 있는 시, 우주적 담론의 시만이 시가 아니다. 생활하면서 깨달은 것을 소박하게 기술함으로써 삶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이런 시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틈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다. 완전하다면 그는 신일 것이다. 시인은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두고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면을 극복하려 한다. 그리하여 틈을 막으려하고 가지런히 발자국을 내며 바르게 걸으려 하고 그러한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그리하여 행복한 삶에 도달하려 한다. 퇴계 선생은 평생의 목표를 허물을 하나하나 지우는 것으로 삼았다. 모든 허물이 없어지면 도(道)에 이르리라 믿었다. 이 시의 화자도 무엇인가를 이루려하기보다는 불완전한 부분을 하나하나 지우는 네거티비즘(Negativism)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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