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청년 눈높이의 경제'산업 시스템

청년 고용 문제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청와대 규제개혁 장관회의 도중 대통령께서 "규제개혁을 하지 않음으로써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은 큰 죄악"이라 표현한 것은 만성화되는 청년실업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섬유, 전자제품 조립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시기에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70% 이상의 높은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에서 보듯 고학력 청년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신규 고용창출 능력은 하락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반도체를 비롯한 현재 주력산업은 과거와 달리 기술개발, 생산설비 해외 이전, 자동화 등으로 인력절감형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청년실업 대책은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 제조업에 취업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현재 인력수급 구조와 모순될 뿐만 아니라 과거 어느 세대보다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 괜찮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 개개인들에게도 비합리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2006년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 달러를 돌파한 이래 8년이 지난 지금, 청년실업 문제를 눈높이라는 개인의 취향 문제로 접근하는 과거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장률이 정체 상태인 우리 경제가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인 청년층 고급인력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며 이제는 경제'산업 시스템 자체를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도록 설계함으로써 청년들이 각자 원하는 일자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핵심은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 창출과 기존 제조업 등 타 업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큰 IT'SW, 디자인, 문화콘텐츠, 뷰티, 광고, 연구개발 등 이른바 도시형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어바인(Irvine) 시는 이러한 도시형 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좋은 사례로 1970년대 캘리포니아 대학캠퍼스 설치를 계기로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과 첨단산업 인프라 조성 등 본격 개발에 들어가 현재 IT'의료분야의 1만 6천 개 이상의 기업이 집적되어 있고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미국 전체 1.7배 수준의 높은 평균소득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도시 발전은 고급인력의 지속 유입과 양질의 생활환경 조성에 따른 도시형 산업의 성장과 우수한 일자리 창출 여부가 좌우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는 도시형 산업 성장에 적합한 도시임에 분명하다. 우선 대구'경산 지역 25개 대학이 매년 5만여 명의 고급인력을 배출하고 있어 도시형 산업의 핵심 요소인 인력 수급에 매우 유리하다. 또한 교육도시로서의 위상과 편리한 교통환경,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연중 개최되는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여건까지 뛰어난 도시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최근 수성의료지구 등 신규 조성 산업단지와 노후 산업단지 재생을 통해 도시형 산업입지를 반영한 산업구조로 재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청년들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성장의 열쇠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끝 모를 불안감을 가진 예측불허의 존재이기도 하다. 중동의 봄을 가져온 이집트의 반정부시위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도 그 이면에는 청년실업 문제가 있었다. 이제 청년 일자리 창출은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일 뿐만 아니라 저성장시대에 국가가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 되었다.

결국 청년실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고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대구가 청년들이 자기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안국중/대구시 경제통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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