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34) 씨는 2005년 남편과 이혼했다. 최 씨는 이때부터 네 딸을 데리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친정어머니 집에 들어가서 살았다. 일당을 벌어 겨우 입에 풀칠은 했지만 올해 초 모친이 갑작스럽게 암에 걸려 병간호하느라 돈을 벌러 나가지 못하게 됐다. 그때부터 먹고사는 게 막막해졌다.
그러다 지난 2월 20일 오후 1시쯤 최 씨는 배가 고프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집 근처 마트로 향했다. 이곳에서 최 씨는 돼지고기, 햄, 양념장, 상추, 오이, 호박 등 14만원 어치의 먹거리를 준비한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마트를 나오다가 직원에게 적발됐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넘겨졌다.
최 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형사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최 씨에게 라면과 햄, 화장지, 샴푸세트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검찰도 최 씨의 사정을 듣고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생계형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절도는 1만7천477건. 2007년 한해 8천665건이던 절도는 이후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도 4월까지 4천771건이나 발생해 벌써 2007년 발생 건수의 반을 넘어섰다.
지난 2월에는 이모(64) 씨가 대구 달서구에 있는 카센터에서 리프트 컨트롤 박스를 훔쳐 고물상에 팔려다 잡혔다. 3월에는 백모(51) 씨가 대구 북구 팔달시장에서 영업을 마친 포장마차 천막을 열고 들어가 술과 돼지고기를 훔쳤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중순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는 노래방 풍선 간판 전선을 잘라 훔쳐 달아난 사건이 9건이나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계형 범죄 대부분 사정이 딱하지만 나쁜 짓을 했으니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이후에도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또다시 범죄에 손을 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손모(39) 씨는 8일 남구 봉덕동 한 빌라에서 화장실에 연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혼자 살아온 손 씨는 5년 전 주식투자에 실패해 큰 손실을 본 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손 씨는 그동안 부모 등 가족에게 생계비를 받아 생활해 왔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제가 안 좋고, 개인이 살기 어려울수록 절도가 늘어난다"며 "범죄예방환경설계와 사회 안전망, 포용력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생계형 범죄와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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