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은 천주교에서 성모 마리아의 숭고한 사랑을 기리는 성모성월(聖母聖月)이다. 하느님의 어머니인 성모(聖母)는 또한 하느님의 제자인 신자들에게 사모(師母)이기도 하다. 그래서 천주교 신자들에게 어버이날 및 스승의 날이 있는 5월과 성모성월은 통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전국에 성모의 밤 행사를 확산시켰고, 대표 순례지인 성모당이 있어 더욱 뜻 깊다.
◆성모 마리아 기리는 5월 성모성월
천주교는 하느님에 대해 흠숭(하느님께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경배 행위)하고, 성모 마리아는 신앙의 모범으로 공경한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이 선택한 은총의 여인 ▷하느님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신앙의 여인 ▷예수의 탄생부터 십자가의 수난까지 함께한 동반자 ▷믿음과 청원을 도와주는 전구(성모 마리아나 성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느님에게 드리는 기도)자다. 묵주기도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를 되짚으며 묵상하는 기도를 가리킨다.
이렇듯 천주교에서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해 13세기 스페인에서 5월을 성모성월로 기념하는 전통이 생겨났고, 이후 유럽으로 퍼졌다.
국내에서 천주교회는 성모성월인 5월 한 달 동안 '성모의 밤' 행사를 개최한다. 바로 대구대교구가 원조다. 1973년 5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구대교구에서 성모의 밤이 열렸다. 이후 성모의 밤은 전국에 새로운 기도 형식으로 확산됐고, 성모신심운동을 활발하게 전개시킨 동력 역할도 했다. 성모성월에는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고, 화관을 봉헌하며, 시나 노래를 바치기도 한다. 이런 풍습은 13세기 스페인에서 시작됐다. 또 외국에서는 신자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성모상을 들고 시내를 행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대구에서는 이달 1일부터 시작된 대구 시내 각 성당과 단체가 주관하는 올해 대구대교구 성모의 밤 미사는 30일까지 평일마다 매일 오후 7시 30분 성모당에서 봉헌된다.
◆대구 대표 천주교 성지, 성모당
성모당(대구 중구 남산동)은 대구대교구를 대표하는 순례지 및 기도 장소로 꼽힌다. 특히 2009년부터 로마 성모대성전과 유대 관계를 맺어 전대사(종교적으로 죄에 대한 유한한 벌을 모두 취소할 수 있는 사면)가 주어지는 순례지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1981년 마더 테레사,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하는 등 대구대교구의 외부 행사 식장 역할도 하고 있다.
서준홍 신부가 쓴 성모당 역사 기록 모음집 '성모당 이야기'에 따르면 성모당은 프랑스 루르드 성모동굴을 모델로 해 1년여 건설 과정을 거쳐 1918년 10월 13일에 완공됐다. 루르드 성모동굴은 프랑스 루르드 마을 인근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을 가리키며, 1858년부터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으로 교황청이 공식 인정했다. 성모당 건설은 대구대교구가 대구대목구 시절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가 주도했다. 성모당 부지는 독립운동가 서상돈이 기증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대구 대표 민족시인 이상화는 성모당을 배경으로 시를 쓰기도 했다. 1923년 백조 9월호에 발표한 '나의 침실로'다. 이 시는 아름답고 영원한 안식처에 대한 갈망이 주제다. 시에서 '마돈나'는 진실한 동반자이자 구원의 여인상을, '침실'은 절망과 피폐해진 정신에 안식과 활력을 주는 부활의 동굴이자 영원한 안식처를 뜻한다. 마돈나는 성모, 침실은 성모동굴이 소재가 됐다고 한다.
성모당은 고 김수환 추기경과도 인연이 있다. 당시 신학생으로 있다가 일제가 벌인 태평양전쟁에 학도병으로 끌려간 아들 김수환을 위해 어머니 서중하 여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모당에 나가 기도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오키나와의 이름 모를 섬에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무사히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
성모당은 한국전쟁 당시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주민과 피란민들에게 대피처로 제공됐다. 이들은 성모 마리아에게 대구를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참고로 대구에는 이 성모당 이전에 또 다른 성모당이 있었다. 성모동굴이 아닌 성당이다. 1898년 전국에서 4번째이자 대구에서는 최초로 세워진 성당인 계산성당의 처음 이름이 '성모당'(성모성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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