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잠시도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아마 모두 그러하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지난 3주, 우리 모두에게 현실이라 하기엔 너무나 비현실적 시간이 지났습니다.
배의 침몰과 함께 모든 사회적 신뢰마저도 침몰했습니다. 경찰과 언론, 그리고 정부까지. 책임감과 이해가 사라진 곳에서, 소통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미숙함과 천박함. '세월호'에 대한 우리의 방식은 그러했습니다.
물질적인 번영은 이루었지만, 사회적 자본인 신뢰는 여전히 빈곤했습니다. 그리고 그 빈곤이 가져온 결과는 끔찍한 현실이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대표를 믿을 수 없고, 우리의 언론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사고를 재빨리 처리해야 할 해경이 몇 시간을 그저 보냈다는 사실, 배를 책임져야 할 선장이 속옷 바람으로 먼저 도망친 사실에 우리는 경악했습니다. 가장 신뢰해야 했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반했습니다. 슬프게도, 그간 우리가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올라가는 사망자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런가. 아마 모두가 스스로 물었을 것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따질 때 가장 똑똑한 나라에 속하는데도, 왜 우리가 만든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 걸까. 이런 질문과 동시에 이런 생각도 떠올랐을 겁니다. 우리가 지나온 모든 과거가 결국 이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입니다. 청산하지 못했던 과거, 인간성을 잃어버린 신자유주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지나친 물질주의 등등.
그럼에도, 우리가 이젠 더 나아져야 한다, 그리고 나아질 거라 믿어야 한다고 되뇔 겁니다. 그저 좌절하느니 이런 희망이 더 나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것마저 매시간 더해지는 숫자 앞에서 궁색하게 느껴집니다. 이 모든 것이 얼마 안 가 일상의 흐름으로 잊힐까, 두렵습니다.
엄벌을 하자, 누구의 책임이 있는지 명확히 하자고 합니다. 직업윤리 없음, 정의를 말하지 않음, 그것을 이겨내는 깨어 있는 시민이 되자고 합니다. 사건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 말들 역시도 저 숫자 앞에선 어쩐지 궁색해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일까요.
이 모든 것이 언젠간 일상 속으로, 또 다른 비극 속으로 사라질 겁니다. 작년 대학가에 불었던 대자보 바람처럼, 지난날 촛불시위 때처럼, 누군가는 선동이라 불렀던 그런 이야기들처럼 세월호 역시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사라질 겁니다. 누군가는 사건으로 일어난 분란에 공감하지 못하며 사라질 겁니다. 잊어가는 이들, 외면하는 이들.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그들과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힘겹습니다.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아침에 우리의 지난 잘못을 이겨낼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그들을 욕보이고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사라지고 언제고 잊을 것이지만, 우리 사회는 기억해야 하고, 이 땅은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것을 싸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기 전에 세상이 이 슬픈 기억을 읽게 하여야 합니다. 결코, 이번 일이 그냥 연기처럼 사라져선 안 됩니다. 세상은 이번 상처로 분명히 변화해야 합니다. 이 모든 비관 속에서도 끝내 남은 바람입니다.
다시 한 번 아프게 깨닫습니다. 사회적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고. 그리고 변화는 혼자의 힘으론 만들 수 없다는 것을요. 동시에 변화는 개인에게서부터 시작한다는 것 역시 진실일 겁니다. 헛된 되뇜으로. 헛된 외침일지라도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움직임을, 변화를.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전 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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