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하기 싫어하고 성격 좋기로 소문난 친구가 있다. 항상 여유 있고 몸과 마음이 넉넉한 친구이다. 오죽하면 몇 년 전에 온 세상이 금융위기로 가정경제가 휘청대서 너도나도 힘들어할 때도 자기가 손해난 상황을 이야기하면 주위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위로를 받는다고 껄껄대던 친구다.
하지만 나이 50이 되면서 성인병은 피해갈 수가 없었다. 당뇨에 고혈압에 고지혈증까지 약을 처방받으면서 의사가 살을 빼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경고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 친구는 음식을 못 먹게 하면 너무 짜증이 나고 과격해져서 자기가 힘들어서 그냥 적당히 먹고 살겠다고 한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는 중독증도 있나?', 먹지 못하게 하면 '금단현상이 일어나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 배고프면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부싸움을 할 때 저혈당 상태라면 더 화를 내고, 더 공격적 성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구를 주도한 브래드 부시맨은 혈당치와 공격성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강조하고, 사람의 뇌는 무게가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으나 인간이 소비하는 칼로리의 20%나 소비한다며 뇌에 분노와 공격성을 자제하는 데 필요한 칼로리를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연구 결과를 보면서 사람 사는 데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예로부터 가족을 '음식(食)을 같이 먹는 입(口)'이라는 뜻으로'식구'라고도 불렀나 보다.
5월이 되면 아이들이 있는 집은 어린이날 행사를 해야 하고, 어른들이 계신 집은 어버이날 행사를 하게 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행사를 통해 가족들이 만나게 되고 식사를 함께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우리는 형식에 너무 치우치게 되어 내용 없는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5월 한 달 만이라도 한집에 살며 끼니를 같이 한다는 식구의 의미를 되새기는 달이 됐으면 한다.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족의 커뮤니케이션에 식사는 매우 중요하다. 가족을 위해 사랑이 담긴 마음으로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고, 가족 간에 긍정적인 마음의 교류를 이루며,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행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새롭게 인식한다면, 온 가족의 행복이 더 많아질 것이다. 식구들이 만나면 '밥 먹고 합시다'를 실천해서 밥을 함께 나눔으로써건강과 풍요로운 행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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