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같은 철도 옆, 왜 동네만 방음벽 높이나

평리동 공사-비산동은 불만

12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 2층에서 바라본 경부선 철로. 건너편 평리동 쪽 방음판에 비해 앞쪽 비산동 쪽 방음판은 낮아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소음이 심각해 주민들이 방음판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2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 2층에서 바라본 경부선 철로. 건너편 평리동 쪽 방음판에 비해 앞쪽 비산동 쪽 방음판은 낮아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소음이 심각해 주민들이 방음판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서구 비산동과 평리동을 지나는 경부고속철도(KTX)의 방음판이 평리동 쪽만 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비산동 주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구 비산동 경부고속철도 인근 단독주택에 사는 박모(68) 씨는 10년째 매일같이 기차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철도 주변이라 소음이 일상이긴 하지만 2004년 KTX가 다니면서 철로가 1m가량 높아지며 소음이 더 심해졌다. 열차와 방음판의 높이가 비슷해져 방음판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음판을 높여달라고 시청'구청,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 초 철로 건너편인 평리동 쪽에서 방음판을 1m가량 높이는 공사가 시작됐다. 박 씨와 인근 주민들은 당연히 비산동 쪽 방음판도 높여주리라 기대했지만, 시'구청, 공단은 비산동 주민들의 기대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형평성을 따져 물어도 시청과 구청은 공단의 업무라고 발뺌했고, 공단 측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비산동 쪽 단독주택 2층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방음판이 무용지물이다. 방음판으로는 열차가 전혀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모(57) 씨는 "2층인 우리 집은 높이 탓에 소음에 더 시달린다. 낮에 10분마다 열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특히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는 창문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라고 했다. 또 "특히 집을 팔고 이사를 하고 싶어도 소음 때문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소음의 원인이 열차이고, 방음판은 공단 측이 건설업체와 계약을 맺고 추진하는 것이어서 공단에 설치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방음판 설치 결정은 환경영향평가와 소음을 예측하는 사전 시뮬레이션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조사를 통해 평리동 쪽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돼 먼저 설치키로 했다"며 "비산동 쪽은 아직 계획은 없지만 이른 시일 내로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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