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때 사용하는 대구도시철도의 매뉴얼이 뒤죽박죽이어서 실제 상황 때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구도시철도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2개의 재난 매뉴얼을 사용한다. 지하철 대형 화재사고 현장조치 행동매뉴얼과 현장조치 매뉴얼이다. 여기에는 비상시 조치 내용뿐 아니라 역마다 장비 구비 내용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위급 상황 때 어느 역에 어떤 장비가 비치돼 있는지를 알아야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2월 수정한 매뉴얼에 따르면 매뉴얼과 실제 갖춘 장비가 서로 달랐다.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던 중앙로역 매뉴얼에는 화학테러 때 사용하는 여러 장비가 중앙로역과 인근의 반월당 역에는 없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반월당역 매뉴얼에는 이들 장비가 반월당역은 물론, 중앙로역에도 있다고 돼 있다. 또 화재 발생 때 필수 장비인 공기호흡기나 방독면 보유 숫자도 엉터리였다. 화생방용인 국민방독면 숫자는 무려 66개나 차이 났다. CO₂소화기나 동력 소방펌프 같은 소방 설비도 매뉴얼과 실제 보유 수가 맞지 않았다. 이런 오류는 초동대처가 중요한 긴급상황 때 인적'물적 피해를 키우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매뉴얼은 비상사태 때 길잡이 역할을 하는 중요 문서다. 근무자가 반복해 연습함으로써 몸에 완전히 익혀야 하는 지침일 뿐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어디에 어떤 장비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 두어야 한다. 또한, 한 역의 매뉴얼만 봐도 모든 역의 비치 장비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어야 긴급 상황 때 조치가 가능하다. 대구도시철도가 아직 이러한 기본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것은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지하철 참사를 통해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형 재난사고는 거의 모두 인재였다. 비상에 대비한 훈련부족은 물론, 설마 하는 희미한 안전의식이 사고를 더욱 키웠다. 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발생 때 일사불란하게 수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매뉴얼에 따라 활용 가능한 모든 장비를 점검하고, 내구연한에 맞게 교체하는 것이 필수다. 안전은 아무리 확인하고 점검해도 부족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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