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의 심정은 그 누구도 헤아리기 힘들다. 부모와 자식, 형제를 졸지에 잃은 슬픔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앙의 힘이나 주변의 위로로 겨우 버텨내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그 상실감을 견뎌내기가 어려워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도 없지 않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그런 예다. 세월호 참사는 개인의 불행 차원을 넘어 사회'국가적으로 충격이 큰 사태다. 이런 경우 고도의 심리치료와 상담 등 보다 세밀하고 전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시 합동분양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40대 요양보호사 배모 씨가 그저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에서 가족들은 배 씨가 평소 당뇨와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했지만 이번 참사가 배 씨의 병세 악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의 자살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는 하지만 주변의 세심한 배려나 유가족 보호를 위한 당국의 비상한 대책이 없다면 불상사가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피해자 가족이 겪는 심리적 공황 상태나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는 쉬 가늠하기 어렵다. 충격이 큰 만큼 피붙이를 잃은 피해자 가족은 물론 곁에서 지켜보는 이의 심리적 불안정성도 커지게 된다. 이처럼 사회 전체에 그 파장이 미치는 사태의 경우 당사자들을 보다 세심하게 위로하고 배려하며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 등 과학적인 접근법이 중요하다.
현재 유가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유가족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110가구가 상담에 응했지만 사고 현장인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은 상담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당국이 행정편의가 아니라 현장에 직접 나가 유가족 입장에서 그들을 안정시키고 보살피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냥 앉아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처사다. 당국의 유족 대책이 '오직 실종자 가족과 유족만 생각한다'는 자원봉사자의 현장 수칙만도 못하다면 실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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