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개조한다고 한다. 나라의 정책과 시스템을 확 뜯어고친다고 한다.
똑똑한 인재들만 그러모았다는 우리 정부가 성하고 멀쩡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특히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분야는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먹통이자 꼴통이었음도 다 까발려졌다. 이런 사실을 전 국민이, 온 나라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못할 일이다.
더는 무능할 수 없음을 보여준 정부를 뿌리째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 바람도 한결같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래서 국가개조론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 개혁의 표적으로 정면조준 돼 있는 것이 바로 인재들의 집합소라는 관료집단이다. 세월호 침몰과 침몰 사실 그 자체보다 더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수습 과정까지 더해진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누구나 할 것 없이 내린 중간 결론이다. 저들이 바뀌지 않고서야 나라도 정부도 한 발짝도 변할 게 없어서다.
관료들을 개혁한다? 대통령의 전에 없는 결기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관료집단이 누군가. 난공불락의 절대 강자다.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도 국회마저도 접수했다는 집단이다. 저들에게 필적할 상대는 우리 사회에 없다.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저들은 느긋하다. 국민도, 여론도, 언론도 "저러다 지치면 말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가슴의 아픔이 덜할수록 저들은 건재함을 과시하며 고개를 쳐들 것이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어디 한두 번인가? 탄식과 가슴앓이를 그만큼 하고서도 달라진 게 없다. 그때마다 몇 사람 혼내주고 말았을 뿐, 뿌리는 물론이고 줄기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불똥은 힘없는 민간에만 튀었다. 나랏일을 한다는 저들에게는 손도 대지 못했다. 잠시 고개 숙이는 것 같던 관료들은 예외 없이 오뚝이처럼 되살아났다. 가끔 자리를 내놓는 사람도 일이나 수입에서 그보다 못하지 않은 자리를 꿰찼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밀어주고 당겨주며 짜고 친 결과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를 개혁한다면서, 뿌리부터 확 뜯어고친다면서 저들 스스로 개혁의 주체로 나설 모양이다. 무능과 무기력, 무사안일, 복지부동이라는 비판도 모자라 범죄집단을 일컫는 마피아라는 별명까지 얻은 저들에게 변화와 개혁의 칼자루를 쥐어줄 모양이다. 그렇다면 고치고 바꿔야 할 대상도, 바꾸겠다는 주체도 모두 한통속이 된다. 기대할 게 있을까?
국정원이 그랬고 검찰이 그랬다. 스스로 개혁한다고 요란하기만 했지 성과는 없었다. 실패를 눈앞에 보고서도 저들에게 맡겨 국가를 개조한다고? 나라를 확 뜯어고친다고? 이번에도 대통령만 스타일을 구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 임기는 벌써 반환점으로 치닫고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또다시 저들이 주역인 세상이 올 것이다. 대통령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른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 국민의 종복이 되어 뛰어야 할 이들이 하나같이 머리 숙이고, 숨도 죽이고, 시계와 달력만 보고 있을 텐데.
'국가안전처' 신설 카드만 해도 그렇다. 0점 수준인 국가재난시스템을 뜯어고친다고 허겁지겁 내놓은 게 '국가안전처' 신설이다. 결과는 뻔하다. 자리 만들기, 끼리끼리 해먹기의 달인인 관료들에게 또 다른 안식처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세월호 참사가 어디 국가안전처 같은 기관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가? 해경이 독립된 기관이 아니어서 민간 잠수부보다, 어부들보다 못하다는 욕을 먹었는가? 이런 식이라면 보나 마나, 하거나 말거나다.
익숙한 장면을 떠올려본다. 잘 쓴 글씨가 새겨진 현판을 내거는 날, 알고 보면 한통속인 몇몇 사람이 줄을 서서 박수치고 사진 찍고 할 것이다. 자개로 장식된, 반질반질한 명패가 하나 또 큼지막한 책상 위에 놓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도 버젓이 한 자리씩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 재산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후배들을 위해, 동료들을 위해, 선배들을 위해 또 자리를 만들고 돈이 되는 일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몰두할 것이다. 비록 그게 법과 규칙을 위반하는 것일지라도 별 죄의식 없이 말이다.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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