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의 버섯 찾아 15년째…대장암 이겨낸 영양 김천원 씨

이웃사랑 실천 '현대판 심마니'

경북 북부를 비롯해 전국의 산을 다니며 자연산 상황버섯을 따는 현대판 심마니 김천원 씨는 거친 산과 싸우며 힘들게 딴 상황버섯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
경북 북부를 비롯해 전국의 산을 다니며 자연산 상황버섯을 따는 현대판 심마니 김천원 씨는 거친 산과 싸우며 힘들게 딴 상황버섯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 '착한' 심마니다.

전국 심산유곡을 헤집고 다니며 건강을 따는 현대판 심마니 김천원(56'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씨. 그의 얘기가 화제다.

김 씨는 오랜 치질 병치레와 다섯 차례의 수술, 대장암 초기 판정 등 삶의 벼랑 끝에서 자신의 건강을 되찾아 준 '자연산 상황버섯'과의 깊은 인연 때문에 올해로 벌써 15년째 깊은 산골짝에서 희망의 버섯을 따는 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전국의 깊은 산을 다니며 자연산 상황버섯을 채취하고 있다. 김 씨가 채취하는 상황버섯은 산골짝 화전민들이 버리고 떠난 뽕나무에서 자라면서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자생한 것들이다.

농사꾼이었던 김 씨는 이웃에게서 상황버섯 달인 물을 얻어 마신 뒤 건강을 되찾게 됐고 이 은혜를 갚기 위해 심마니로 나섰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출발한 것이 이제는 자신처럼 고통받는 이웃의 건강을 염려하는 '보은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14년 전만 해도 만성 위장병과 대장암을 앓으며 생업이었던 산불감시원과 농사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몇 차례 수술에도 병은 호전되지 않았고 김 씨는 삶의 희망을 잃어갔다.

그러던 김 씨가 병석에서 일어서게 된 것은 우연히 자연산 상황버섯을 접하면서부터다. 이웃이 전해준 이 버섯을 달여 마신 후 건강상태가 호전됐으며 그때부터 서울에서 온 이웃 친구와 함께 심산유곡에서 상황버섯을 채취해 6개월을 복용한 뒤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김 씨는 상황버섯을 찾아 눈 덮인 겨울 산을 매일 올랐고, 일월산과 태백산에서 거둔 20여㎏의 상황버섯을 가난 때문에 제대로 약 한 번 써보지 못한 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어렵게 채취한 버섯을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약 한 번 제대로 못쓴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1인당 200g씩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김 씨가 준 상황버섯 달인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는 말도 들었다.

김 씨는 "언제부턴가 이웃 홀몸노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내 일이 됐다. 이웃 노인들이 상황버섯 달인 물을 마신 후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볼 때면 산을 오르는 고달픔을 잊게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상황버섯을 판 돈으로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인 '은혜의 집'에 매달 쌀과 부식을 전달하고, 마을 경로당에 연료비도 보태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인공재배가 가능해지면서 그 효능이 알려지기 시작한 상황버섯은 일본 동경대학 의학부와 국립암연구센터 등에서 암 저지(96.7%)와 암 치료(87.5%)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특히 자연산 상황버섯은 산삼'백사(白蛇)와 더불어 3대 명약으로 고의학서 본초강목에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최근 가짜 상황버섯이 판을 치는 바람에 오히려 진짜 상황버섯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다고 했다.

김 씨는 "상황버섯을 채취하는 심마니이기보다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참다운 산꾼으로 살고 싶다"며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지만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생각이 들면 발걸음이 갑자기 가벼워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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