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주의력 분할

필자의 직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교통경찰이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매기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한 번은 지나가다가 경찰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부분 2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안전벨트 미착용이고 다른 하나는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이라고 했다.

운전 중 핸드폰을 사용한다거나 DMB를 시청하는 것은 인지신경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이 사고의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운전 모의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주제를 주고 핸드폰 상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도록 하면서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지정된 브레이크 단추를 누르라고 한 다음 신호를 놓치는 비율과 반응 시간을 측정했다.

반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원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게 하였다. 운전 중 핸드폰을 사용하게 한 경우의 신호등 신호를 놓치는 비율은 운전에만 집중하는 경우에 비해 두 배 이상이었고 브레이크를 누르는 속도도 느려지고 더 세게 누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손에 핸드폰을 들었든 들지 않았든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라디오를 들으면서 운전을 한 그룹은 운전에만 집중할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운전 중에 음악을 들으면 볼륨 크기에 상관없이 각성효과 즉 정신을 차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운전을 하면서 전화상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거리의 표지판이 중심 시야에 들어오더라도 시각 주의력이 줄어들면서 인식능력이 영향을 받아 결국 운전에 지장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운전하면서 뭔가를 먹거나, 함께 탄 사람들과 얘기를 하거나, 문자를 보낼 때도 나타난다.

주의력은 두 가지 이상의 과제를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 분할되어 분할(분리)주의력이라고 불린다. 멀티타스킹을 하면 동시에 수행하는 과제 수만큼 주의력도 분할되어 실수도 잦게 되고 과제를 이행하는 시간도 느려질 수 있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시각 과제를 동시에 한다든지 아니면 청각 과제를 함께 수행해야 하는 등 같은 종류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실수가 더욱 잦아진다. 반면 서로 다른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 주의력을 유지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학생들이 가요를 듣고 음미하면서 국어공부를 한다고 치자. 국어는 눈으로 읽는 시각적 정보처리도 하지만 지문의 이해 과정이 가요를 듣고 음미하는 과정과 상충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럴 경우 클래식을 듣거나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들으면 주의력 손실도 막고 듣고 싶은 음악도 들으면서 공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주의력의 용량이 넘쳐서 소실되는 정보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자.

윤은영 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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